이사회 전문성 강화·여성 사외이사 선임…'미래 먹거리' 사업 확대
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 주주제안 늘어

국내 주요 상장사의 '청문회'격인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 개막이 임박했다.

올해 주총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따른 주주가치 확대와 이사회 전문성 제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사업 확대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 권리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다수 포함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 이재용, 등기임원 복귀 미뤄…정의선, 모비스 사내이사 재선임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가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기아(17일), LG디스플레이(21일), 현대모비스(22일), 현대차·LG이노텍·한화솔루션(23일), LG에너지솔루션(24일), LG전자(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LG화학(28일), SK하이닉스(29일) 등이 차례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책임 경영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 복귀 시점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대신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을, LS일렉트릭은 LS 오너가(家) 3세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을 각각 상정한다.

효성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 이사회 전문성 강화…여성 사외이사도 늘린다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대기 중이다.

미래 먹거리로 전장 사업을 점찍은 LG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전문가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한국GM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대표를 역임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산업경영 전문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했다.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SKC는 스타트업 하이퍼라운지를 창업한 김정인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SK텔레콤은 자연어 처리 기반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오혜연 카이스트 인공지능 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여성 사외이사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검사 출신인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LG디스플레이는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SK하이닉스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이들 회사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늘어난다.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SKC는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채 전 사장이 선임되면 SKC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50%로 높아진다.

◇ 소액주주 마음 잡아라…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올린 6천원으로 책정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결산 배당으로 2021년 대비 3배 수준인 보통주·우선주 1주당 자사주 0.033주의 현물 배당을 결정하고 이를 주총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LG는 주당 2천800원(보통주 기준)이던 연말 배당금을 200원 늘려 3천원(우선주 3천50원)으로 할 예정이다.

작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대한항공은 4년만에 주당 750원(보통주 기준)의 주주 배당을 하는 안건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전년보다 42% 늘어난 주당 1천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하는 안건을 각각 상정한다.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삼성물산은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5년 내 분할 소각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자사주 1천500억원 규모를 매입하고, 매입분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자사주 우선주 403만주(약 864억원)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풍산홀딩스도 발행 주식 수의 4%, 자기 주식 수의 50% 수준인 자사주 41만1천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의 배당 제도 개편 권고에 따라 현대차, 포스코케미칼 등은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변경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 행동주의 펀드·소액주주 주주제안 확대
올해 주총 시즌의 또 한 가지 관전 포인트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이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주주행동을 벌이는 KT&G의 주주총회, 얼라인파트너스가 예고한 7개 은행지주에 대한 배당확대 주주제안 등이 관심을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FCP 측 사모펀드는 KT&G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안한 분할계획서 승인과 이사 선임 등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고, 안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증원과 후보 4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접수했다.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주주제안을 정기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한진칼 등 총 17곳(2월 2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SM의 정기 주총 안건에는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에 배당성향 제고 등을 주주 제안했고,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도 KISCO홀딩스에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총수 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의 주주제안보다 소액주주, 펀드 등 일반주주가 제기하는 주주제안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KT와 신한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강조한 만큼 이들 기업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과정과 방향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미래 먹거리 확보 사활…사업 확대·사명 변경
주총 시즌 막 오른다…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가치 제고'
기업들은 이번 주총을 통해 신사업을 추가하고 사명을 바꾸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 중고차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총을 통해 정관 내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한다.

LG전자는 특정 기업이나 장소에 5세대 이동통신(5G) 환경을 구축하는 프라이빗 5G 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과 뷰티·의료기기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함께 판매하기 위한 화장품판매업을 각각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인터넷 서비스 운영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을 추가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사명을 '포스코퓨처엠'으로 바꾸기로 했고, 포스코ICT도 '포스코DX'로 바꿀 예정이다.

이밖에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는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는 14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바꾸는 안을 상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