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허리펑 발전개발위원회 주임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수장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의 정치적 지위는 높아지겠지만 독립성은 더 약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허리펑이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네 명의 국무원 부총리 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한편 인민은행 당서기에도 선임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주허신 중신그룹 회장이 인민은행 총재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정부 체계에서 인민은행은 국무원(행정부) 산하 부처 중 하나다.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는 자유시장경제 국가와 달리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약하다. 인민은행은 금융 부문 전반에 대한 감독 권한도 갖는다. 인민은행의 현재 서열 1위는 공산당 위원회 서기(당서기) 겸 부총재다. 총재는 당위원회 부서기로 2인자다.

허리펑은 시진핑 주석이 1985년부터 2002년까지 푸젠성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꼽힌다. 현재 거시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맡고 있다. 그가 부총리이자 인민은행 당서기를 맡으면 인민은행의 정치적 지위와 감독 권한이 강해지겠지만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허리펑은 시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부총리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류 부총리는 금융, 과학기술 및 산업정책을 담당한다.

인민은행 총재가 유력한 주허신은 상하이재경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교통은행에서 2015년까지 근무했다. 중국은행 부행장, 쓰촨성 부성장을 거쳐 2018~2020년 인민은행 부총재를 지내며 금융안정 정책을 담당했다. 이어 중앙금융기업 중 하나인 중신그룹 회장(장관급)에 올랐다.

WSJ는 중국공산당이 1998~2003년 있었던 중앙금융공작(업무)위원회를 부활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조직된 금융공작위원회는 금융정책, 중앙은행과 국유기업 인사 등을 총괄했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인 딩쉐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이 기구를 담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 주석이 측근들을 금융·경제 부문 요직에 앉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측근끼리 견제하도록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