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높이고 신규 알뜰폰 사업자 진입을 유도해 통신 시장 과점 구조를 깨는 방안을 추진한다. 2시간 미만의 통신 장애도 사업자 고의·중과실이 있으면 소비자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등 이동통신 사업자의 불공정한 약관도 수정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통신 분야 경쟁시스템 실효화 방안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등에서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실효적인 경쟁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공정시장 정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하자 관련 방안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우선 금융·통신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영업 정책이나 불공정 약관을 점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동통신·인터넷TV(IPTV) 서비스 사업자가 약관을 통해 각각 연속 2시간, 3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가 있을 때만 소비자에게 배상하도록 한 것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시정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일정 시간 미만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손해를 배상하도록 약관을 수정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허위·과장 광고 혐의와 관련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를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한 내용이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만간 이를 심의하기로 했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해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위법 정황이 추가로 적발돼 보완 조사를 거쳐 최근 다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대리·판매점의 추가지원금 상한을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추진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을 견제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2021년 기준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의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8%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는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통신망 도매제공 의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소현/오형주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