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 밟은 테슬라…인베스터데이에 공개할 마스터플랜은?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테슬라가 지난주 대규모 리콜이라는 악재를 뚫고 6주 연속 상승하며 쾌속 질주했습니다. 지금 뒤에 보이는 이 슈퍼차저를 다른 전기차에도 개방한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다음주에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보여줄 인베스터 데이가 예정돼있는데요. 테슬라가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그리고 올해의 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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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상승세
테슬라 주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5.8% 상승하며 6주 연속 올랐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연 초부터 꾸준하면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어느새 주가는 200달러를 넘어서며 11월 초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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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 대규모 리콜
지난주에는 악재가 불거졌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16일 FSD(Full Self Driving) 베타 시스템을 장작한 36만2758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통안전 당국인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FSD를 사용했을 때 차량이 “노란 신호등에 조심하지 않고 교차로 진입”하며 “제한 속도 변화에 충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CEO는 비판적인 태도로 반응했습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리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 FSD는 도심에서도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데요. 저도 동승해서 사용해본 결과 실제로 운전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타 버전인 만큼 아직 완전하지 않을 수 있고 이런 문제들은 계속 업데이트를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일반적으로 리콜이라고 하면 서비스 센터에 입고해서 수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무선으로 업데이트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리콜이라는 용어는 과도하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입니다. 이런 그의 주장에 시장도 수긍했던 것 같습니다. 리콜 발표 당일 1% 이상 하락했던 주가는 이후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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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슈퍼차저 개방
공유가 득일까요 실일까요. 테슬라 전용 고속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15일 “2024년 말까지 17만700개 슈퍼차저 가운데 7500개 개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자동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 전략에 화답한 건데요. 미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를 미국에서 조립하고 부품의 55%가 미국산이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2050년까지 50만개 이상 EV 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75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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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차량 소유주 사이에는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다른 차량이 들어오면 그만큼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비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편에서는 “테슬라 플랫폼의 가입을 유도할 것이며 다른 브랜드 전기차의 정보와 충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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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격 인하
가격인하는 수요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까요. 테슬라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Y의 판매 가격을 2000위안씩 인상했습니다. 인상 후 롱레인지는 31만1900위안, 퍼포먼스 36만1900위안에 판매중입니다. 테슬라는 1월 초 모델3와 모델Y에 대해 모델별로 가격을 6~14% 인하했습니다. 이번 가격인상 후 가격은 인하 전 대비 롱레인지는 13%, 퍼포먼스 9% 저렴한 수준입니다.

가격 인하 후 판매량에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모델3의 1월 판매량은 4배 증가했으나 2월 첫째 주에는 1월말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델 Y의 판매는 꾸준히 유지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수요 회복의 증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EV 시장이면서 테슬라에겐 두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가격 인상은 테슬라의 마진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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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채굴업체 인수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면 배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광물이 리튬입니다. 테슬라가 이 리튬 채굴업체인 브라질의 시그마 리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테슬라가 자체 정제를 고려하고 있고, 현재 검토중이라는 건데요.
브라질의 사모펀드인 A10인베스트먼트가 지분 46% 보유 최대 주주입니다. 최근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응찰 의향을 밝힌 복수 후보군 가운데 테슬라가 있다는 얘기업니다.

Grota do Cirilo라는 리튬 암석 매장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 매장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63%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에 2024년에는 생산량을 3배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리튬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고, 공급 물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테슬라가 만약 이 회사를 인수한다면 안정적으로 리튬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만드는 일관생산 체계를 구축한 테슬라에 리튬 매장지 확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시그마 리튬의 시가 총액은 캐나다증시에서 31억달러 규모입니다. 테슬라 인수설이 보도된 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25% 이상 급등했습니다. 인수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래의 아주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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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미래 비전
테슬라가 지난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장기 비전을 발표하는 인베스터 데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도 해석됩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3월1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기가팩토리에서 열릴 인베스터데이에 대한 예고를 트위터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트윗을 통해 인베스터데이 예고 사진과 함께 “완전히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로 가는 길 ‘마스터플랜 3’를 공개한다. 미래는 밝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는 “인류를 화석연료에서 멀어지게 하겠다”는 야망을 실현시킬 구상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테슬라 뿐만 아니라 머스크가 경영하고 있는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도 이 장기 계획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테슬라로 국한하면 장기 확장 계획, 3세대 플랫폼, 자본 분배 등의 주제에 대해서 경영진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알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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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스터플랜이 주목받는 이유는 테슬라가 지난 두 번의 마스터플랜 발표 후 실제로 이를 실현해왔고 이렇게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2006년 첫 마스터플랜 공개 때는 "고성능 스포츠카로 번 돈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죠. 이후 테슬라는 마스터플랜에서 밝혔던 것처럼 고가의 스포츠카 모델 로드스터를 생산하던 틈새 전기차업체에서 모델S, 모델3 등을 생산 판매하는 주류 자동차 업체로 변신했습니다.

2016년 마스터플랜 2를 발표했을 땐 대형 트럭, 픽업 트럭, 도시 교통 등 다양한 차량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이후 대형 트럭 세미가 지난해 말 고객에게 처음으로 인도됐고, 픽업 트럭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이버트럭은 현재 양산 전 마지막 검증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오토파일럿 등 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가정용 태양광 발전사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둘 다 실행에 옮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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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마스터플랜3에선 어떤 장기 비전이 포함될까요. 특히 신차 공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급형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란 의견이 많은데요. 이름은 모델2, 모델Q 등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선호하는 소형차 모델인데 가격은 2만5000만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때 회사는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중”이라며 “인베스터데이에 추가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요즘 종종 거리에서 포착돼 기사화되고 있는 사이버트럭도 공개될 가능성이 있는 모델입니다. 미국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사이버트럭은 현재로서는 올해 말 생산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초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로드스터 2세대도 공개를 기다려볼 수 있는 후보군 중 하나입니다.
액셀 밟은 테슬라…인베스터데이에 공개할 마스터플랜은?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인베스터데이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장기 확장 계획입니다.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테슬라는 이번에 새로운 기가팩토리 후보지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멕시코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데요. 멕시코 언론 엘 호리존테는 누에보레온주의 중소도시 산타카타리나의 산업단지가 기가팩토리로 유력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 CEO도 방문해 지자체장들과 만났다고도 하는데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남쪽 국경과 가까워 미국으로 운송도 편리합니다. 또한 고속도로로 접근성이 좋습니다. 캐터필라, 지멘스 등이 현재 운영중인 공장도 있어 시너지 효과도 예상됩니다.

멕시코 외에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한국 등도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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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영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테슬라를 커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테슬라가 전기차로 전환 경쟁의 선두주자”라고 평가한 뒤 “판매량이 2030년까지 연 평균 2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수 의견을 내놓고 목표주가를 27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17일 종가 대비 31% 상승여력이 있습니다.

이 밖에 그라소글로벌은 “테슬라 주가가200달러 이상에서 안정된다면 230~24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퓨처펀드는 “테슬라 주가는 여전히 싸다”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번스타인은 “테슬라 주가가2050년 예상 가치인 15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비중 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과연 인베스터데이에 머스크가 테슬라에 대한 어떤 장밋빛 계획을 내놓을까요.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쾌속질주를 이어갈지 함께 지켜보시죠.
실리콘밸리에서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