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렸다. 17개 광역단체장과 국무총리, 중앙부처 장관들이 새로운 지방시대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경상북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렸다. 17개 광역단체장과 국무총리, 중앙부처 장관들이 새로운 지방시대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경상북도 제공
윤석열 정부와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만들기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 정부 출범 후 마련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제3차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 ‘지방소멸 대응 기금 개선 방안’ 등 네 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해 지방의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6개 분야 57개 과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중앙행정기관장, 17개 시·도지사, 지방 4대 협의체 대표 회장 등이 모여 지방자치·균형발전과 관련한 중요 국가정책을 논의하는 회의다.

지방자치제 시행 28년, 진정한 지방시대 열어야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후 28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자치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몰락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탓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지방시대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적극적이고 논리도 정교해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이뤄 사회 경제 교육 등 각 분야 혁신을 본격화하고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의 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도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 실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이런 변화 속에 17개 광역자치단체와 시·군 기초지자체들의 산업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토와 산업지도를 새롭게 바꿀 민선 8기 지자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미래산업 선점 경쟁 치열

강원도는 올해 혁신의 시대를 맞는다. 오는 6월 11일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신경제 국제 중심도시라는 비전으로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규제를 혁신해 첨단 신산업을 유치하고 이를 국제 관광과 융합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뜻을 담았다. 더 크게는 국제 교류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국내외 투자 유치로 동아시아 중심지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이 이끄는 대구시는 강력한 공공기관혁신과 재정혁신을 기반으로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대구굴기(大邱起)를 선언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AM(도심항공교통) 등 모빌리티산업, 센서와 비메모리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미래 5대 신산업 육성을 내걸었다.
"지방 전성시대 열자"…광역자치단체 17곳 혁신경쟁 막올랐다
경상북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대한민국 지방시대의 아젠다를 선점하며 일자리, 문화관광 교육, 돌봄, 외국인공동체 등 5대 혁명 과제를 발 빠르게 추진 중이다. 일자리 혁명은 농업대전환과 원자력·수소 등 에너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국가전략 산업 벨트의 지방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G-RESTART, 제조산업 혁신 시즌2’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경기 침체와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영세화, 조선산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경남의 제조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다. 산업생태계 확장, 미래 첨단산업 육성, 주력산업 고도화, 지속 가능 성장동력 확보 등 4대 전략과 34개 추진과제를 확정했다. 원전·방산 국가산업단지(특화단지) 및 수소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확장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미래형 항공 기체(AAV) 등 신성장 미래 첨단산업 진입을 위한 기술개발 노력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나선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광주·전남 상생 1호 사업으로 정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반도체 패키징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산업 연계, 전국 유일 RE100(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실현, 인재 확보 등의 장점을 내세웠다. 지난 17일에는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험검증 환경 조성사업’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를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새만금에 2차전지 소재 기업을 잇달아 유치한 전라북도는 이달 1일 지역 대학 등 11개 기관이 모여 2차전지 전문인력 양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 제주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15분 도시’란 거주지에서 주민들이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근거리에서 교육·의료·문화·쇼핑·여가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제주도는 앞으로 제주에 적합한 15분 도시 구축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지구 지정을 추진한다.

충청남도는 아산만 일대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이 디스플레이와 수소경제 등 첨단산업이 집적한 중부권 경제 거점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천안, 아산, 당진 등 충남 서북부권은 삼성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벨트가 형성돼 있다. 도는 이곳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세제 지원이 가능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충청북도는 산업단지 조성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선다.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투자 지원을 위한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도 추진한다. 도는 이달에 특화단지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지역 주력 산업인 반도체, 2차전지 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대전시는 올해 비전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선도하는 일류 경제도시 대전’을 제시했다. 지난해 방위사업청 이전 확정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포함, 국비 4조원 시대 개막 등의 성과를 잇겠다는 전략이다. 시는 나노·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562만㎡에 달하는 부지를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신청했다. 시는 이곳에 나노·반도체, 바이오·의료, 항공우주, 국방산업 등 4개 미래 핵심 전략산업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올해 대덕 특구 50주년, 대전 엑스포 개최 30주년을 맞아 과학 수도 대전의 위상을 단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조성에 힘쓰고 정부의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 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형사업 유치에도 나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시는 2025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의 반도체기업은 1300여 개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며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첨단산업단지로, 송도는 연구개발 인력 양성 메카로, 남동산단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대전·춘천=임호범

천안=강태우/경남=김해연/대구·안동=오경묵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