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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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의 3분의 2 이상을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은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자산 비중은 72%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68.3%)에서 3.7%포인트 확대된 것입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입니다. 나머지(28.0%)는 유로화·엔화 등 기타 통화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은 현금성 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외환보유액 자산별 비중을 보면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5.2%)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현금성 자산이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외화자금의 빈번한 유출입 및 일시적인 외화자금 수요에 신속하기 대처하기 위한 자산이라고 한은은 설명합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의 대부분은 달러"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성 자산을 늘리면서 달러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운용 기준으로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국회에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해 통화 및 상품 구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보유 외화자산의 안전성 및 유동성을 수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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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는 전날 업무보고에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외환보유액 중 안전자산인 금 비중은 늘지 않고 있다'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액이 2014년 이후 늘지 않았는데 이는 금 가격이 그동안 상당히 많이 하락해 왔기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금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왜 보유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있는데 금은 가격 변동이 심하다"고 답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99억7000만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시절인 2011~2013년까지 90t의 금을 매입한 뒤 10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적정 외환보유액은 100∼150%인데 이 정도 수준의 경우 외환보유액을 팔아서 이득을 보는 구조라기보다는 불가피하게 이자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은 이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손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