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가계대출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반면 ‘보복 소비’ 등 여파로 카드빚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카드빚) 잔액은 1867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0.2%(4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가계신용 잔액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은 1749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5000억원 감소했다. 감소폭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조8000억원(-0.4%) 줄어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736조7000억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창구별로는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도 3조8000억원 줄었다.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3조3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1012조6000억원)은 전 분기 대비 4조7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조1000억원(2.9%) 증가에 그치면서 역대 최소치 증가폭을 나타냈다.

납부 전 카드 대금 등을 뜻하는 가계 판매신용은 117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신용카드사를 비롯해 여신전문회사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보복 소비가 이뤄진 데다 고물가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신규 정책모기지 출시와 은행의 대출 태도 완화가 가계신용 증가 요인”이라면서도 “높은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