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화섬노조 '상생협약'에 제동…법원, 경쟁노조 가처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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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계열 피비파트너즈와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사이에 체결된 '노사 상생 협약'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가 회사와 별도의 합의를 체결한 것은 다수 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협약서에 담긴 사회적 발전 협의제 운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는 지난 1월 31일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주식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상대로 제기한 노사협약 및 부속협약 효력정치가처분에서 해당 협약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크라상의 가맹점인 파리바게뜨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등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법인이다. 2018년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하고 있다는 문제가 불거졌고, 고용부로부터 근로자 54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다. 당시 양대노총, 가맹점주, 회사 등이 모여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 소속의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현재 조합원 4415명 규모)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의 지회(현재 조합원 210명 규모)가 들어섰다. 양측은 조직화 과정에서 '조합원 빼오기' 논란을 빚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어오기도 했다.
화섬노조는 2018년 경 회사와 피비파트너즈에 고용된 제빵 근로자들의 임금을 3년 안에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21년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두고 지회와 회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그 기간동안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과 화섬노조의 갈등도 커져갔다. 피비파트너즈 임직원들이 2021년 3월경 화섬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종용했다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경쟁노조 및 회사와 마찰을 빚던 화섬노조는 지난해 11월 3일 회사와 결국 노사 상생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여기엔 일부 근로조건 관련 내용과 함께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임원을 인사조치하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당시 산재사건이 발생해 여론이 집중되던 때에 화섬노조가 주도한 불매운동이 협약 체결에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장애물이 나타났다. 상생협약 체결에 대해 과반수 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로 자신들이 갖는 교섭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회사와 화섬노조의 협약 체결에 대해 "밀실 야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피비파트너즈 노조는 "지난해 10월 12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서) 회사로부터 교섭대표 노조로 확인을 받았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진다"며 "그런데 회사는 11월 3일 화섬노조와 실질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조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화섬노조도 여기에 구속되며 개별교섭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아래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수소노조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단체협약이 아닌 개별 계약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화섬노조의 체결한 협약이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조치, 보건 및 연차휴가, 점심시간 보장 등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나 노사관계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는 단체교섭 체결의 의사가 없었다고 하나, 단체교섭 체결권이 없는 화섬노조와 협약을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한편 현행 노조법 대로라면 소수노조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의 동의'를 얻어서 개별 교섭을 진행할 수는 있는 예외규정이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화섬노조는 피비파트너즈 노조와 회사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나 협약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피비파트너즈의 단협 체결 시기가 지난해 10월이기 때문에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의 제동으로 노사가 체결한 상생 협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이 발족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운용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21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부는 지난 1월 31일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주식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상대로 제기한 노사협약 및 부속협약 효력정치가처분에서 해당 협약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크라상의 가맹점인 파리바게뜨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등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법인이다. 2018년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하고 있다는 문제가 불거졌고, 고용부로부터 근로자 54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다. 당시 양대노총, 가맹점주, 회사 등이 모여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이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 소속의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현재 조합원 4415명 규모)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의 지회(현재 조합원 210명 규모)가 들어섰다. 양측은 조직화 과정에서 '조합원 빼오기' 논란을 빚는 등 심각한 갈등을 겪어오기도 했다.
화섬노조는 2018년 경 회사와 피비파트너즈에 고용된 제빵 근로자들의 임금을 3년 안에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2021년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두고 지회와 회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그 기간동안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과 화섬노조의 갈등도 커져갔다. 피비파트너즈 임직원들이 2021년 3월경 화섬노조 소속 근로자들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하라고 종용했다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경쟁노조 및 회사와 마찰을 빚던 화섬노조는 지난해 11월 3일 회사와 결국 노사 상생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여기엔 일부 근로조건 관련 내용과 함께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임원을 인사조치하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당시 산재사건이 발생해 여론이 집중되던 때에 화섬노조가 주도한 불매운동이 협약 체결에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장애물이 나타났다. 상생협약 체결에 대해 과반수 노조이자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로 자신들이 갖는 교섭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회사와 화섬노조의 협약 체결에 대해 "밀실 야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피비파트너즈 노조는 "지난해 10월 12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서) 회사로부터 교섭대표 노조로 확인을 받았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리를 가진다"며 "그런데 회사는 11월 3일 화섬노조와 실질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조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화섬노조도 여기에 구속되며 개별교섭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아래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수소노조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단체협약이 아닌 개별 계약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화섬노조의 체결한 협약이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조치, 보건 및 연차휴가, 점심시간 보장 등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나 노사관계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는 단체교섭 체결의 의사가 없었다고 하나, 단체교섭 체결권이 없는 화섬노조와 협약을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한편 현행 노조법 대로라면 소수노조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의 동의'를 얻어서 개별 교섭을 진행할 수는 있는 예외규정이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화섬노조는 피비파트너즈 노조와 회사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나 협약 체결이 가능하다. 다만 피비파트너즈의 단협 체결 시기가 지난해 10월이기 때문에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의 제동으로 노사가 체결한 상생 협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이 발족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 운용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