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사진=한경 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사진=한경 DB
최근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집단에서 수평 호칭 문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뉴시스가 취업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의뢰해 20~30대 11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평 호칭 관련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는 수평 호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수평 호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수평적 조직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63%)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창의성 증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25%)가 뒤를 이었다.

어떤 호칭을 가장 선호하냐는 질문에는 OO님(32%)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높았다.

반면 수평 호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그 이유로 호칭만 바꾼다고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41%)를 제일 많이 꼽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한 기존 사원, 부장 등 직급제를 선호한다는 비율은 28%로 집계됐다. 이는 사원·선임·책임 등 간소화된 직급제(18%), 매니저·프로 등 동일 호칭제(15%), 영어 이름(8%)보다 높은 선호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수평 호칭을 쓰면 체계가 없어 보이고 별로다. 오히려 불편할 것 같다"라며 "업무상 고객사와 미팅을 가질 자리가 많은데, 직급 등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고객사도 처음에 눈치싸움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1일 '경영진·임원 수평 호칭 가이드'를 공지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경영진이나 임원을 부를 때 사장님, 상무님이라고 하는 대신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앞 글자),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는 등 상호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JY(이 회장의 영문 이니셜)', '재용님'으로 불러야 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해 4월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이고, 수평적 문화의 근간에는 상호 존중이 있다"며 "부회장님, 대표님 하지 말고 JH(종희의 영문 이니셜)라고 불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SK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평 소통을 강조하며 자신을 회장님이 아닌 영어 이름 '토니'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외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재현님'),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JP'),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권영수님')이 수평 호칭 문화 확산에 나섰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