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가 어제 ‘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의 법안 심의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이 법의 2조 및 3조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낸 지 1주일 만이다. 경제단체들의 호소와 정부·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심사소위에서 다수의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21일 이 법안의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또다시 성명을 발표한 재계의 목소리는 호소를 넘어 절규에 가깝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노사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 국면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범위 확대,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을 핵심으로 한 개정안이 몰고 올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사업주가 직접 계약하지도 않은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된다면 파업의 양상이 지금까지와는 판이해질 것이다. 지난해 대우조선, 하이트진로 등의 파업에서 봤듯이 계약 당사자인 하청 사업주를 건너뛴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와 파업, 점거 등이 판을 치게 된다. 당장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민법상 계약의 한 형태인 도급제를 부정한다면 대기업은 연중 파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또한 노동쟁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 노조가 경영상 판단 등 별별 사안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한 것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방탄’ 역할을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법원이 손해배상을 인정한 경우에도 배상 의무자별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손배소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을 무슨 수로 개인별로 나누고 구분한단 말인가. 개정안대로면 악법도 이런 악법이 없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법 개정을 강행하는 이유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