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정부의 첫 공식 진단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경기 흐름이 둔화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경기 둔화’ 진단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든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표현을 사용한 뒤 6개월 연속 같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달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정부는 경기 둔화 진단이 올해 상반기 경기가 부진했다가 하반기 상승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한 것과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저’ 흐름이 깊어지는데 ‘하고’가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지표들은 악화일로다. 무역수지는 이달 10일까지 17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3.7%, 할인점 매출은 2.8% 감소하는 등 소비도 부진하다. 대외 여건도 불안하다. 기재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과 세계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과 통화 긴축 기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하방 위험이 교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통화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3분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과의 대담에서 “중국 경제가 얼마나 회복될지, 그 혜택을 우리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