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 경기 진단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6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도 그린북에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을 넣었다. 2월부터 이 표현이 빠지고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확대 등을 이유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던 것이 5월에는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로 더 어두워졌다. 여기에 더해 6월엔 ‘경기 둔화’까지 등장한 것이다.

정부가 밝힌 경기 둔화 우려의 근거는 경제 성장을 이끄는 투자,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4월 설비투자가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월 대비 7.5%, 전년 동월 대비 11.9% 급감했다. 5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제품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3%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10.7% 늘어나는 데 그쳐 4월(15.3%)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무역수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1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4%로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한국도 통화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 회복세 약화, 투자 부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며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 가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