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 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 사진=뉴스1
신세계백화점에 노동조합 설립됐다. 1963년 삼성그룹에 인수된 뒤 60년간 이어져 온 신세계백화점의 ‘무노조경영’이 막을 내리게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신세계노동조합이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다음주께 노동조합 설립신고 필증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 필증이 교부되면 정식으로 노동조합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신세계 노조가 공식 출범할 경우 신세계백화점 창사 이래 최초 노조가 된다.

김영훈 신세계노동조합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신세계백화점은 경쟁사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뒤떨어져 직원들 복지는 물론 고용안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회사와 조직을 위해 많은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신세계백화점 노조 설립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회사가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금과 성과급, 상여금 등을 정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1일부터 7일간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집행부를 꾸린 노조는 16일부터 임원을 제외한 신세계백화점 직원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았다. 신세계백화점 직원 수는 약 3000명이다.

노조 설립 배경엔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요구가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21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난해엔 신세계백화점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률이나 성과급은 별 차이가 없어 임직원들 사이에선 보상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블라인드에서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손영식 신세계 사장은 지난 6일 뒤늦게 “전 임직원에게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하자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광식/ 곽용희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