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5대 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 참석은 윤 대통령 지시로 전날 밤 급하게 결정됐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원장은 당초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인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차관급 이하 참석자는 이 원장과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 둘 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은 원래 참석 대상이 아니었지만 전날 밤 뒤늦게 참석하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회의 참석은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원장은 14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이 고금리 속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거둔 것을 거론하며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서도 이 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은행권 경쟁 체제 도입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의 전날 임원회의 지시 사항을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이 “금감원장이 경쟁 체제를 도입해 보겠다고 했다는데 금감원장의 생각은 어떤지 얘기해보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원장 뿐 아니라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의견을 물어 각자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직후 정부가 은행권의 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구상에도 이 원장의 소신이 반영됐다. 이 TF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비롯해 은행권과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TF에서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