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타협과 협치의 의회정치 복원을 강조하면서도 연설 내내 ‘내로남불’을 11번이나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불신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자괴감’과 ‘두려움’이 든다고 토로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참회록’을 쓰는 자세로 현재 국회의 모습을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이 너무나 중차대함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기후·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현재를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 이은 ‘제3의 대위기’로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위기가 아직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심각성에서 앞의 두 번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거친 언어, 가짜 뉴스, 정치의 사법화 등을 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정상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불신의 원인으로는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꼽았다. 그는 인사·재정·입법·적폐청산 등 민주당의 내로남불 사례를 항목별로 조목조목 나열하며 문재인 정부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마자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민주’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선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로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야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표님 연설이 내로남불이다” “남 탓하고, 비난하고 그래서 민생 대책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이 마무리될 때쯤 한 민주당 의원은 “나라를 그만 좀 망쳐라”고 소리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야당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주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야당은 “시종일관 남 탓이었다”고 평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시종일관 남 탓과 무대책으로 일관한 건 아쉽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