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활력징후 저하에도 상태 간과, 주치의는 전화로만 진찰"
무릎 수술 뒤 폐색전증으로 숨진 30대…"의료과실 배상 책임"
7년 전 강원지역 한 공공의료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가 폐색전증으로 숨진 30대 여성의 사고와 관련해 적절한 치료를 다 하지 않은 의료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민사1부(장수영 부장판사)는 숨진 A(당시 38)씨의 유족이 도내 한 의료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11월 7일 A씨는 넘어진 뒤 왼쪽 무릎에 통증이 발생하자 다음 날 의료원을 찾았다.

반월상 연골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A씨는 11월 24일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튿날 오후 2시 20분께 A씨는 '어지럽고 숨이 찬다'는 증상을 호소했고, 불과 2시간 25분 뒤 두 차례 발작을 일으켰다.

발작 당시 혈압은 수축기 70㎜Hg, 이완기 50㎜Hg였고 산소포화도는 80%로 심한 저산소증 상태였다.

A씨는 체내에 축적된 혈전이나 다른 물질들이 폐혈관을 막아서 발생하는 '폐색전증' 증세를 보였으나 의료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응급처치를 했다.

결국 A씨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목숨을 잃었다.

하루아침에 A씨를 잃은 가족들은 의료원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무릎 수술 뒤 폐색전증으로 숨진 30대…"의료과실 배상 책임"
이에 유족은 "의료진이 폐색전증을 조속히 진단해 항응고제 투여 등 치료를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A씨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주치의가 전화로만 상황을 보고받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의료원을 상대로 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의료원 측은 "폐색전증 예방과 치료에 관한 확실한 기준이 없어 항응고제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활력징후 유지와 전원 조치 등 충분한 대응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을 살핀 재판부는 발작 당시 혈압, 호흡, 산소포화도 등 검사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간과 했을 뿐 아니라 폐색전증 진단에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않은 사실 등을 근거로 의료원 측 과실을 인정했다.

또 주치의가 직접적인 진찰을 전혀 하지 않고 간호사로부터 전화로만 상황을 보고받고는 약을 처방한 것도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폐색전증의 경우 갑자기 발생하고 진단이 어려운 점과 A씨가 받은 수술과 같은 관절경에 의한 수술 후 폐색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을 종합해 의료원 측 손해배상 책임을 40%만 인정하고, 2억2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