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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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향, 솔티카라멜향, 불닭맛 치약 등 특색있는 향과 맛을 내는 치약에 대한 리콜(회수)이 잇따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치약들이 식품으로 오용될 수 있다며 회수·폐기 조치를 내리거나 조사 등으로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과일, 허브 등 식품 원료를 사용한 상당 수의 치약과 해외에서 수입하는 풍선껌맛 치약 등에 대해선 식약처의 조치가 없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잇따르는 치약 리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현재 LG생활건강의 '죽염 솔트카라멜향' 치약의 식품오용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동일제약의 '솔티캬라멜향' 치약에 대한 회수 명령을 내린 후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5월 출시한 이 치약은 죽염과 카라멜향을 더한 이른바 '단짠 치약'으로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일반 치약에 적용되는 튜브형 용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향과 이미지가 카라멜 식품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에 식약처 조사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LG생활건강 뿐 아니라 주요 치약업체들은 줄줄이 리콜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2021년 11월 오뚜기와 협업한 '3분양치 카레향' 치약에 대해 식품오인 우려로 제품 회수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협업한 '2080 호치치약'에 대한 식약처 조사를 받은 후 자진 회수했다.

치약·칫솔로 유명한 중소기업 크리오는 지난 달 오리온 와우 풍선껌과 협업한 '와우 포도맛·콜라맛·소다맛' 치약을 잇따라 회수했다.
사과맛은 되고 포도맛은 안 된다?…치약 업계 '대혼란'

○ 명확한 기준 없어 혼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치약은 약사법을 적용받는다. 약사법상 '용기나 포장이 해당 의약외품의 사용 방법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으면 판매하지 못 한다'는 근거에 따른 조치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규제의 기준이 명확치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일반 치약과 같은 용기나 포장을 사용하고 '섭취 금지'를 명기하더라도 식품의 향을 넣으면 리콜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어떤 제품은 용기가 과일모양인데도 리콜대상이 아니어서 매우 혼란스럽다"고 했다.

제품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수입한 풍선껌 맛 치약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이 만든 와우 풍선껌 맛 치약은 회수 조치를 받았다. 애경산업의 제품 중 민트초코향을 넣은 '민초 치약'이나 LG생활건강의 부라보콘 치약, 참이슬 치약, 크리오의 사과향 치약 등은 식약처에서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은 것도 업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초는 되고 카라멜은 안 되고, 사과향은 되고 포도향은 안 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화학제품보다는 천연재료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 조치가 잇따르면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치약 등 의약외품의 리콜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식약처는 화장품에 대해선 식품 오인 우려가 있는 형태와 용기, 포장 등에 대해 사례집을 냈다. 환경부에서 관할하는 세정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도 식품 오용 제품에 대해 우선 개선 조치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의약외품 표시 광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식품 오인 우려가 있는 의약외품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