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7대 광역시 68만마리 추정…서울 10만·경기도 35만마리
멸종위기 새 공격하기도…생태계 전체 '피해'인지는 미지수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최근 '길고양이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한 유튜버가 지난달 28일 게시한 영상이 발단이다.

제목부터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 캣맘·캣대디·동물보호단체 분들에게'로 다소 도발적인 이 영상은 게시 약 2주만인 현재 조회 수 166만건을 기록 중이다.

댓글은 5만8천개가 넘는다.

길고양이를 두고 갑론을박은 잊을 만하면 벌어지고 있다.

다만 해법을 찾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생각이 다른 이들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쪽으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길고양이 돌보미들이 다른 동물이나 이웃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해 불편하다는 호소가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도 반복해서 벌어진다.

작년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공원 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걸었다가 사무소는 물론 상위기관인 환경부도 민원공세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립공원 측이 공원 내 고양이를 '박멸'하려 한다고 일부 시민들이 오해하면서 벌어진 사단이었다.

길고양이 논쟁이 혐오로 번지는 배경에는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근거가 될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도 자리한다.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 서울 등 7대 광역시 68만마리 추정…정확한 통계는 없어
길고양이는 몇 마리일까.

정확한 통계는 없고 큰 도시 위주 추정치가 있다.

당국과 언론은 전국 길고양이가 '100만마리'라고 추정하곤 하는데 명확한 근거가 제시된 경우는 사실상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기준 서울 등 7대 광역시 길고양이 수를 '67만7천50~68만9천731마리'로 추산한다.

서울시는 2021년 9~10월 28개 지점 관찰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내 길고양이 수를 9만450~9만889마리로 추산했다.

평균 서식 밀도는 1㎢당 150마리 정도로 봤다.

다만 주거지역은 서식밀도가 평균보다 높았다.

일반주거지역은 1㎢당 176마리, 전용주거지역은 281~286마리, 준주거지역은 267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도 내 길고양이는 2021년 연구에서 도 전체 면적 22%에 해당하는 '주거·상업·공업·녹지·계획관리지역에 서식하는 수'만 최소 32만4천558마리에서 최대 35만1천343마리로 추산됐다.

경기도 길고양이 서식 밀도는 주거·상업·공업지역에서 1㎢당 최소 154.2마리에서 최대 167.1마리가 산다고 분석됐다.

◇ 포식자된 고양이…마라도 뿔쇠오리도 위협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고양이가 생태계에 '피해'를 줄까.

섬이나 국립공원같이 '폐쇄적이거나 좁은 생태계'에선 대체로 사실로 보인다.

'호랑이가 없는 굴에선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한반도에서는 그 여우마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사라질 위기다.

여우와 함께 한반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꼽히는 삵과 담비도 멸종위기이긴 마찬가지다.

어느 지역이든 고양이가 있으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고양이를 '가장 치명적인 외래 침입종'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고양이가 다른 동물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심각한 곳은 마라도다.

마라도엔 주민이 쥐를 잡으려고 들여왔던 고양이들이 번식하며 현재 100여마리 정도 살고 있다.

마라도는 세계에 5천~6천마리 정도밖에 없고 국내에는 300~400쌍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서식지이기도 하다.

최근 한 연구(마라도의 뿔쇠오리 개체군 보전을 위한 고양이 서식현황, 행동권 및 생존능력분석)에서 마라도에 고양이가 80마리 이상이면 뿔쇠오리가 20년 안에 절멸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재 고양이가 이보다 많다.

같은 연구에서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성체 고양이 20마리에 의해 뿔쇠오리 24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조류학회 학술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20~2021년 흑산도에서 발견된 새 사체 368구를 분석한 결과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고양이 등 육식성 동물에 희생된 경우가 75건(20.4%)으로 가장 많았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04~2007년 흑산도와 홍도에서 채집한 새 사체 256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인이 '고양이에 의한 포살(잡아서 죽임)'인 경우가 55건(21.5%)에 달했다.

'인공구조물에 충돌'(89건·34.8%)에 뒤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었다.

도심에서도 섬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는 춘당지를 중심으로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텃새처럼 살아가는데 길고양이가 원앙을 사냥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고양이로 인해 새가 피해를 본 사례는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고 있다.

호주 서해안에서는 2018년 중성화한 수컷 고양이 1마리 때문에 요정제비갈매기 111쌍이 번식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 2015년 1월 발표된 논문에서는 호주 고유종 28종이 고양이 때문에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조류 123종과 유대류 58종, 설치류 27종 등 척추동물 400종이 고양이 포식 활동에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스콧 R. 로스 오클라호마주립대 조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에서 매년 고양이에게 죽임을 당하는 새와 포유류를 각각 13억600만~39억9천200만마리와 62억5천900만~222억5천700만마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주인이 없는 고양이에 죽은 경우는 8억300만~29억5천500만마리와 49억9천100만~208억7천400만마리로 분석했다.

고양이가 잡아서 죽이는 파충류와 양서류는 각각 2억2천800만∼8억7천100만 마리와 8천600만∼3억2천만마리로 추정됐다.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 '새 사냥' 분명하나 '자연적 수준' 넘는지 따져봐야
다만 고양이가 다른 동물을 잡고 먹는 것을 전부 문제라 할 순 없다.

고양이도 생태계 일원으로 사냥과 포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즉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피해'를 말하려면 고양이에 사냥당하는 동물 '수'에만 집중하면 안 되고 그 수가 '자연적 수준'을 넘었는지, 넘었다면 얼마나 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스콧 교수도 "고양이가 잡아서 죽이는 동물 수는 인공구조물이나 차량에 충돌하는 등 '인위적 요인' 때문에 죽는 동물 수를 웃돈다"라면서도 "고양이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 사냥 규모뿐 아니라 어떤 종에 영향을 주는지도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길고양이가 전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연구된 결과는 사실상 없다.

전체 길고양이 수를 모르기 때문에 생태계 영향은 물론 영향이 자연적 수준을 초과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특히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피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새나 작은 포유류를 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고양이인지도 불분명하다.

국내에서 투명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2021년 동물 '로드킬' 사고는 3만7천261건이다.

이 중에 새나 다람쥐 등 로드킬은 3천750건이다.

[길고양이 논쟁] ②정확한 통계 '물음표'…입장차가 혐오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