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자금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채권시장 ‘큰손’인 보험사들은 지난달 3조원이 넘는 채권을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리스크가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채권 매각에 따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내다파는 보험사들…지난달 3.5조어치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지난 1월 채권 13조5702억원어치를 매도하고 10조784억원어치를 매수해 모두 3조49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보험사들의 채권 순매도 행렬은 작년 9월부터 시작됐다. 순매도 규모는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으로 석 달 연속 증가했다.

2012년에 대거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작년 하반기 일제히 도래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채권을 내다 판 자금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려는 보험사가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엔 보험사들이 채권 1조236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분위기가 잠깐 반전됐다. 생명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이자율을 연 6% 직전까지 끌어올리는 등 금리 경쟁을 벌인 결과 현금(보험료)이 대거 유입된 게 채권 매각 유인을 다소 줄였다는 평가다.

보험업계의 채권 순매수세가 한 달 만에 꺾인 이유는 복합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저축성보험 해지가 늘었는데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 등 유동성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 올해 4조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콜옵션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최근 들어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초에 예상과 달리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채권 매각 이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강조한 이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보험사는 6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