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발전본부 내 설비·작업환경까지 점검할 주의 의무 없어"
김용균 재단, 강력 반발·검찰에 상고 촉구
'김용균 사망' 원청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 2심서도 무죄(종합)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원청회사 대표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는 9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열린 1심 재판부는 서부발전 전 사장이 김씨 사망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이나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도 "한국서부발전은 안전보건관리 계획 수립과 작업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발전본부에 위임했고, 태안발전본부 내 설비와 작업환경까지 점검할 주의 의무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인정하려면 현장 운전원의 점검 업무가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하나 운전원 작업방식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하청회사 대표 백남호 한국발전기술 전 사장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원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0만원을 받았던 태안발전본부 직원 2명과 벌금 1천만원이 내려졌던 한국서부발전 법인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컨베이어 벨트에 대한 방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나, 피고인들이 점검구 개방 등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 아이들러(롤러) 점검 과정에서 점검구 내부로 신체 일부를 집어넣어 협착 사고로 숨진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낙탄을 치우거나 삽을 사용한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볼 때 탄처리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낙탄 제거 작업은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중지한 상태에서 실시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는 사고 당시 아이들러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운전 상태에서만 점검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컨베이어 벨트 외함 밖에 설치된 풀 코드 스위치(사고가 발생할 경우 비상 정지하도록 한 장치)가 불량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에 대해서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나머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9명도 1심과 같거나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도 원심(벌금 1천500만원)보다 낮은 벌금 1천200만원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백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김용균 재단은 선고 결과에 강력 반발하며 검찰에 대법원에 상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재판 결과는 1심 선고보다도 못 더 충격적인 판결"이라며 "김용균의 죽음과 수많은 김용균들의 죽음을 통해서도 개선하고 바꿀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 판결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했다"면서도 "주저앉지 않고 없는 힘을 내서라도 책임자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태안화력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께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