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상속세 감면이 일자리 증대 효과 입증…세계 학계도 인정"
중소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의 라정주 원장(사진)은 최근 가업 상속세 감면의 일자리 증대 효과를 증명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가업 상속세를 줄이면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해외 연구 결과를 뒤집는 내용이 담겼다. ‘기본소득제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 게재 승인을 받는 등 주요 경제 현안을 학문적으로 증명하는 작업을 잇달아 해 주목받고 있다.

라 원장은 “불합리한 규제와 세금이 산업 현장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기쁘다”고 3일 말했다. 그가 쓴 ‘가업 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 논문은 국제 학술지 퍼시픽이코노믹리뷰에 지난 1일 게재됐다. 이 논문은 2010년부터 가업 상속을 두고 ‘부의 대물림’이라고 비판하는 근거가 됐던 슈테펜 그로스만 등 독일 학계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독일 학계는 “상속세 감면은 능력 있는 창업자의 출현을 막아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라 원장은 기존 연구가 기업 규모를 중소·중견·대기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분석한 탓에 가업 상속세 감면의 부정적 효과를 과대평가했다는 점을 밝혔다. 대신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의 경제분석 모형을 적용해 가업 상속세를 50% 감면하면 기업의 일자리는 0.13%, 총실질투자는 1.88%, 매출은 0.15% 증가한다고 반박했다.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제 도입 효과’ 논문도 정책모델링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저널오브폴리시모델링의 게재 승인을 받았다. 국토보유세를 매기면 기업의 토지 보유 부담이 늘고 공장 부지 임대 공급량이 줄어 중소 제조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던 ‘기본소득제’의 허술한 토대를 학문적으로 검증한 결과물이다.

그는 논문 게재 거절률이 90%에 달하는 SSCI급 국제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만 네 편의 논문을 실었다. 다른 학술지에도 수십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책상물림’을 면하고자 현장에 천착한 덕이다. 라 원장은 “한국인이 노벨 경제학상을 타지 못하는 것은 산업 현장과 연구 및 정책 분야가 따로 노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어려움도 적잖게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땐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 근로제, 부동산 규제 등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파헤쳤다. 당시 노동계에서 기획재정부에 ‘라 원장이 속한 연구원을 없애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고초도 겪었다. 그는 “정책은 이념이나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라 원장은 육사 출신 경제학도다. 육군사관학교(53기)에 입교한 그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석사) 위탁 교육 당시 계량경제학을 접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다. 조기 전역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9년 국제대학원을 수석 졸업한 후 여러 기관에서 연구 경력을 쌓았다. 2016년 파이터치연구원에 입사해 3년 만에 원장이 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