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GEEF 대담서 강한 비판…탄소중립 달성도 강조
반기문 "우크라 침공에 '중립' 없어…푸틴 전범재판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는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5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3)' 특별 대담에서 "수용할 명분이 없는 전쟁에서 '중립'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여러 국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적절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중립자 역할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상임위원회도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이런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반드시 특별전범재판소를 구축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침공자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면 무고한 국민만 전쟁에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기문 "우크라 침공에 '중립' 없어…푸틴 전범재판해야"
반 전 총장과 특별대담한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은 "확전을 막아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는 여전히 강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파괴된 유럽 등 여러 국가가 러시아와의 공존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더 많은 자원과 정치력을 동원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특히 반 전 총장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넷제로·탄소 순 배출량이 0인 상태)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150개 이상의 국가가 2050년까지 '탈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자원과 정치적 의지를 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난 30년 동안 누가 환경 오염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이 책임을 지자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해왔다"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작은 도서국 등에 재정·기술적 지원을 해야 함께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셔 전 대통령도 "유럽, 특히 오스트리아와 독일, 프랑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약속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층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와 다음 세대 정치인은 이러한 기후·생태 변화에 답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대담을 마치면서 "지난 3∼4년이 통제할 수 없던 위기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이를 기회로 전환할 때"라며 "SDGs 완전한 이행과 파리기후협약 달성은 지속가능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DGs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재직한 때인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2030년까지 전 세계인의 가난 탈출·배고픔 해소·건강한 삶 보장·양질의 교육 등 크게 17개 항목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날 GEEF 포럼에는 반 전 총장 외에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부인인 그라사 마셀 여사,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