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대북경협 사업권 따려고"→"이재명 방북 위해" 진술 바꿔
金 3∼4일께 기소 전망…'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일단 배제 전망
기소 후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이재명 소환 가능성도 거론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가 변곡점을 맞았다.

변곡점 맞은 쌍방울 수사…檢, '북에 보낸 돈' 성격 파악에 집중
태국에서 체포된 직후 쌍방울 그룹의 비리 의혹과 함께 거론되어 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을 부인하던 그가 '이 대표를 위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검찰의 쌍방울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이 쌍방울과 경기도 간 대북 송금 연관성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를 정조준할지 관심이 쏠린다.

◇ 검찰, 김성태 3∼4일 기소 전망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오는 3∼4일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지난달 17일 새벽 태국 공항 우리나라 국적기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집행한 체포영장에 의해 붙잡힌 김 전 회장의 구속 기한은 최장 20일로 이달 5일까지다.

5일이 일요일인 점을 고려해 검찰은 이르면 3일(금요일) 늦어도 4일(토요일)에는 김 전 회장을 기소할 전망이다.

변곡점 맞은 쌍방울 수사…檢, '북에 보낸 돈' 성격 파악에 집중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여러 건인 만큼, 기소 직전까지 최대한 신문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청구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보낸 돈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통해 드러날 돈의 성격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 적용이 어렵거나 다른 법을 적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성태가 북에 보낸 돈이 대북 경협 대가가 아니라면?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과의 물품 거래, 협력 사업 시 통일부의 승인을 규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에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수사 과정에서 800만 달러로 늘어남)가 광물자원 사업권 등 쌍방울과 북한이 합의한 6개 교류 협력 사업에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김 전 회장도 구속 후 이뤄진 조사 초기엔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위해 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대북 경협을 위해 북한에 거액을 보낸 것이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이뤄진 만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변곡점 맞은 쌍방울 수사…檢, '북에 보낸 돈' 성격 파악에 집중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지난 주말 이후 태도를 바꿔 '북한에 300만 달러를 더 줬다.

', '경기도 대신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를 낸 것이다'고 돈의 성격을 털어놓았다.

여기에다 '이 대표의 방북에 필요한 경비를 북한에서 요청해 300만 달러를 보냈다'며 그동안 부인해 온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시인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북한에 보낸 돈의 성격은 쌍방울 그룹의 대북경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가가 아닌 것이 돼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기 어렵게 된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돈의 구체적인 성격을 규명한 뒤 부합하는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화영 입에 쏠린 관심…검찰 수사 이재명으로 향할까
검찰은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을 일단 다른 혐의들로 기소한 뒤 북한에 전달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앞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곡점 맞은 쌍방울 수사…檢, '북에 보낸 돈' 성격 파악에 집중
이 전 부지사는 당시 경기도의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2019년 중국에서 쌍방울과 북한 인사가 만나는 주요 자리마다 함께했다.

그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김 전 회장과 북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을 바꿔줬던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가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에게 '대선을 위해 도지사의 방북을 원한다'라고 말했고, 리호남은 '그랬으면 좋겠다.

방북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김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알았는지도 파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 상황에 따라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