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유럽시장으로 적극 공략중인 중국 車
-국내 경쟁력 높이려면 빠른 대응과 지원 필수
-미래차 산업 위해서 정부 부처간 노력 필요

1970년부터 독일 자를루스 공장에서 유럽 전략 모델을 생산해왔던 포드가 오는 2025년 생산 중단을 예고하자 군침을 흘리는 곳은 중국 전기차 기업 BYD다. 두 회사 모두 전동화를 위한 행보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포드는 전기차 전략을 위해 유럽 내 새로운 지역을 선택한 반면 BYD는 유럽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신규 설립보다 기존 공장 인수 후 활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수출과 탄소 국경세 등 지역 장벽을 뛰어넘으려면 현지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긴 셈이다. 이는 과거 한국이 미국과 유럽 곳곳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하이빔]전기차는 국가경쟁, 한국은 부처 경쟁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주요 수출 지역은 어느새 유럽이 됐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32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는데 수입국을 살펴보면 벨기에, 영국 등 유럽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이는 판매 대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클린테크니카가 지난해 독일을 포함해 유럽 10개국의 전기차 판매 순위를 집계했더니 1위는 24만8,421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으로 점유율이 25.6%에 달했다.

이어 13만6,345대의 스텔란티스(14.1%), 그리고 13만대를 기록한 테슬라(13.4%) 순이다. 그 뒤를 잇는 곳이 현대차그룹으로 9만6,988대를 판매해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을 바짝 뒤쫓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지리그룹과 상하이차그룹은 각각 5만7,329대(5.9%)와 2만6,936대(2.8%)를 판매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8만4,000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BYD도 본격 유럽 진출에 나서자 올해는 순위가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외에 배터리 교체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니오’ 등을 포함하면 이미 한국보다 전기차를 많이 판매하는 셈이다.
[하이빔]전기차는 국가경쟁, 한국은 부처 경쟁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현재 난립한 전기차 제조사를 향후 큰 틀에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경쟁력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되 이때 요건에 전기차 수출 비중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그러자 앞다퉈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차의 수출은 내연기관을 대상으로 저가 시장인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이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친환경차를 앞세워 선진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이다. 오히려 배출 규제가 강화된 지역에 현지 전략 전기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유럽 내 배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전기차 시장은 커지기 마련이고 이때 가격을 앞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냉정한 시각이다. 완성차 업계에선 중국의 자동차산업이 한국을 이미 추월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포함한 수출에서 이미 대수로는 한국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산 완성차의 해외 수출은 311만대로 한국의 2022년 전체 수출량 230만대보다 81만대가 많다. 게다가 한국은 2019년 240만대를 기점으로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인 반면 중국은 2021년을 기점으로 불과 2년 만에 311만대를 달성한 것이어서 위협적이다.
[하이빔]전기차는 국가경쟁, 한국은 부처 경쟁

이제부터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과 현지 시장의 개별 대응력 향상이다. 우선적으로 친환경차의 양적 팽창에 대응하되 점차 맞춤형으로 진화하는 현지 시장의 IT 연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역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제각각인 탓이다.

이를 위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미래차 특별법’을 제안했다. 해외 진출기업이 미래차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 때 해외 사업장의 청산, 축소, 국내 사업장의 신설 및 증설이 없어도 지원 대상에 넣자는 방안이다. 동시에 부품기업의 설비투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차산업위원회를 만들어 초당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난관은 미래차에 대한 정부 부처의 주도권 경쟁이다. 이는 그만큼 자동차라는 제품이 가진 거대한 산업군과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법에서 명명한 '미래차'는 과연 어떤 차를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미 한국은 미래차 시대에 살고 있다. 전기차로 바뀌는 중이며 지능 고도화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 각 나라가 미래차의 주도권 경쟁을 벌일 때 한국은 정부 부처 간의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한 셈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