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꼽혔던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차기 당대표 선거는 사실상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2파전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나 전 의원은 2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국민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장고를 이어왔다. 전날까지 출마와 불출마 선언문을 함께 준비할 정도로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은 “(출마를 두고) 정치적·인간적 압박이 많아 오래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는 김기현·안철수 2파전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안 의원이 앞서는 분위기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당대표 적합도는 김 의원(25.4%), 안 의원(22.3%), 나 전 의원(16.9%) 순이었다. 양자 대결에선 안 의원이 49.8%로 김 의원(39.4%)을 오차범위(±3.5%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한 재선의원은 "안 의원의 경우 완전한 친윤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친윤 색채가 있어 친윤표와 비윤표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며 "반면 김 의원의 현재 지지율에는 최근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빠진 친윤표가 이미 들어가 있어 (김 의원이) 더 표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앞세운 김 의원에 반발하는 표심이 안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심을 업은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전당대회는 책임당원이 치르는 것"이라며 "나 전 의원 지지층 중 윤심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여전히 책임당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의명분에 뭉치고 있기에 때문에 결국 윤심에 따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권주자들은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을 끌어안기위해 나 전 의원과의 우호적 연대를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앞으로 나 전 의원과 손잡고 더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적절한 시기에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다른 당권주자와의 연대설에 대해 "(불출마가) 어떤 후보나 다른 세력의 요구나 압박에 의해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전당대회에 있어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