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칼럼] 국회의원 특권 폐지도 추진하라
연초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뜨겁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운을 떼자 여야 정치권과 진보·보수 진영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총선 국회의원 정원 규모 및 지역구 확정 기한(오는 4월 10일) 전에 개편 논의를 마무리하자는 일정까지 제시됐다. 지역구는 소선구제로, 비례대표는 준연동형으로 뽑는 현 제도를 중·대선거구제와 100%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국민 대표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찬반 논란과 성공 가능성 여부를 떠나, 어떻게든 작금의 ‘후진 정치’를 바꿔 보자는 의도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간만의 정치권 의기투합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기왕 정치 개혁에 나선다니 한마디만 보태고 싶다.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의원 특권 폐지도 함께 추진해 달라는 것이다. 선거구를 어떻게 획정하고, 거기서 몇 명을 뽑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선출 방식을 바꾸면 양당 정치의 죽기살기식 극한 대립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원 수준을 관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의 자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21대 국회, 특히 169석 거대 야당의 실력과 도덕성은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논문을 제1 저자로 썼습니다. 이모하고 같이”(김남국 의원)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옵니다”(최강욱)라는 식의 황당한 질문을 해도, 대통령의 술자리 루머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터뜨리고도(김의겸)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게 현 야당 의원들이다. 이 정도는 애교다. 3억원의 현금다발을 장롱 속에 숨겨뒀다 걸려도(노웅래), 수억원의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을 횡령해도(윤미향), 회삿돈을 빼돌리고 직원 월급을 미지급해도(이상직) 소송을 걸고 임기 말까지 버티는 게 일상화됐다. 친인척 동원해 지역구에서 땅투기를 하고,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도(임종성) 배지를 포기하지 않는 철면피도 있다. 모두 일반인이라면 벌써 구속감이다.

압권은 당 대표다. ‘백화점 수준’ 의혹·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느라 날을 새우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도둑’이라고 맞받아친다. 결계(結界) 없는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부여한 면책(제45조)과 불체포 특권(44조) 때문에 가능한 후안무치들이다. 독재 권력의 탄압에 맞서라며 ‘법 앞의 평등’(11조)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예외까지 두며 부여한 특권이 이제는 개인 비리 범법자들의 방탄 무기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의원 특권을 폐지하자는 논의는 오래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친인척 보좌관 채용 금지 등 두세 가지만 손대고 유야무야됐다. 여론 공세에 밀려 하는 척 시늉만 내다 곧바로 접었다. 특권 지키기엔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금도 안 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의원들은 ‘세비(歲費)’라고 주장)에다 불체포·면책 특권, 해외여행 경비 실비 지원 등 50여 가지 특혜가 아직도 그대로다. 의원 특권 폐지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무시하고, 선수(選手)를 늘리는 데만 혈안인 자칭 여의도 선량(選良)들의 행태가 이상하지 않다.

이런 비상식을 깨지 않고 정치 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땅따먹기’식 선거구제 개편보다 특권을 내려놓는 자기 개혁이 더 시급한 이유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4류 정치’를 일갈한 게 28년 전이다. 그 후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게 한국 정치다.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으로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