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서 이미 다 빼갔다"…'양자기술 대가'의 일침
양자(퀀텀) 기술의 대가로 꼽히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 겸 아이온큐 창업자(사진)가 양자 기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양자 기술은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 에너지인 양자의 역학적 성질을 활용한 기술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노벨상의 산실인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를 방문해 언급한 대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23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미국에 있던 양자기술 전문가들을 영입해 양자기술 분야를 국가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2004년부터 듀크대 교수로 일하다 2015년 크리스 먼로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와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를 창업했다. 아이온큐는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뒤 서학개미들의 인기 투자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김 교수는 "컴퓨터 공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인 앤드류 야오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중국으로 간 뒤 중국의 양자기술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중국은 미국에 있는 중국계 연구자들을 계속 중국으로 불러들여 양자기술 분야의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세계 1위인 유럽의 양자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이 99로 유럽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양자기술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펴낸 양자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양자 기술 분야에 153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입한다. 같은 기간 72억 달러로 투자 규모 2위인 유럽연합(EU)의 두 배가 넘는다. 3위인 미국(19억달러)보다는 8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도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양자 컴퓨터나 슈퍼 컴퓨터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를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김 교수는 "양자기술은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양국의 협력 과제로 빠지지 않고 들어가고 있다"며 "한국도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양자기술 전문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바이오와 의료 산업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양자 컴퓨터가 발전하면 현재 기술로 수천년이 걸리는 수학 문제나 화학식을 몇 분만에 풀 수 있다"며 "미래엔 일기예보에 오류가 없어지고 신약개발이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 기술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미국 구글이 만든 양자컴퓨터 시제품이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계산을 3초 만에 끝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