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다 주요 구리 생산지인 페루에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4월물 기준)은 전 장보다 0.4% 오른 톤(t)당 9323.5달러로 마감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작년 말에는 t당 83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올해 들어서만 t당 1000달러가량 오른 것이다.
<최근 구리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런던금속거래소
<최근 구리 선물 가격 추이> 자료: 런던금속거래소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페루 광산에서의 구리 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루에서 세 번째로 큰 구리 광산인 ‘라스 밤바스’ 등은 보안 우려를 들며 지난 3일부터 구리 농축액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 현재 구리 농축액 반출을 제한하고 있는 페루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2%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페루에서의 반(反)정부 시위 등 여파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페루 전역 각지에서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페루 수도 리마 도심에서는 시민들이 집결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고 디나 볼루아르테 정부와 의회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페루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시민을 포함해 수천 명이 리마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뒤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구금된 상태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빈농 가정 출신으로 교사를 지내다가 정계에 투신, 페루 대통령에까지 당선됐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도시 엘리트가 ‘농민의 아들’인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핍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리마 외에도 페루 전국에서 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지면서, 구리 광산과 항구를 잇는 도로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구리 가격이 t당 1만1000달러로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