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반등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유럽 등의 침체 우려가 큰 가운데 중국의 내수 경기가 얼마나 활성화되는지가 세계 경기 침체의 강도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로라 차 홍콩증권거래소(HKEX) 회장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올해 세계 경제의 주요 사건”이라며 “세계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경기 침체 비켜가기(Staying Ahead of a Recession)’ 세션에서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가 새로운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들 모두 신흥국이며 강력한 경제 성장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차 회장은 아시아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5%에서 2027년 45%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더글러스 피터슨 S&P글로벌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중국 소비자들의 억눌린 소비 심리가 기저에 폭발하면 연말까지 강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CS) 회장은 “이제 중국은 달라졌다”며 “먼저 리오프닝을 했던 서구 사회의 경제 성장을 감안하면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4.5%를 찍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했다.

올해 가장 큰 위험으로는 지정학적 위기가 꼽혔다. 마리우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장은 “여러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아직 경기 침체가 기정사실화한 건 아니다”며 “올해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만 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지정학적 위기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불안을 해결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민간 영역에서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경제는 절대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터슨 CEO는 신용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하이일드 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이 지나치게 많이 발행됐다”며 “금리 수준이 더 높아지게 되면 부채를 리파이낸싱(재융자)하려는 기업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