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압송 절차를 밟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압송 절차를 밟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8개월간의 해외 도피 끝에 17일 입국한 뒤 곧바로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됐다. 김 전 회장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각종 법적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김 전 회장은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왔다. 그는 주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 중 이 대표 변호사비로 흘러 들어간 게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와의 관계와 연락 여부를 묻는 말에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입국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입국 직후 공항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차편으로 수원지검에 압송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들에 대한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18일까지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에 주력한 뒤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우선 2018년과 2019년 쌍방울이 100억원씩 발행한 CB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 공시하고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2019년 전후 북한에 640만달러(약 79억원)를 건넸다는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미 기소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공소장에 대북 송금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대북경제협력사업 지원을 받는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준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개인 돈을 보낸 것”이라고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은 이 대표 변호사비를 쌍방울이 대납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열쇠로 꼽힌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일하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한 시민단체는 2021년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을 때) 변호사비로 3억원을 썼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했지만, 결정서에 “통상의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며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