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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삼성전자 간접적인 방법으로 감산 전망…주가 바닥 신호
중국 리오프닝도 주목…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 예상
반도체 상승장 '스팟 가격', 하락장에선 '재고' 중요
이형수 HSL 파트너스 대표
이형수 HSL 파트너스 대표
"반도체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고'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재고를 줄인다고 밝히면 무조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고 감소를 위한 감산 결정은 통상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최근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밝혔으나 저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감산에 나설 것으로 봅니다. 반도체 업종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입니다."

이형수 HSL 파트너스 대표는 반도체 관련주들이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으나 올해는 기대되는 업종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로 써먹는 최강의 반도체 투자> 저자이면서 시장에서 반도체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표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반도체 관련주가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삼성전자 감산 가능성'과 '중국 스마트폰 교체 주기'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 출시도 반도체 경기 반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그동안 출시를 미루던 차세대 CPU가 출시됨에 따라 최신 D램인 DDR5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교체 수요에 따라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무턱대고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를 사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작년 연초 삼성전자가 '10만 전자'가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한경 마켓PRO는 반도체 투자에 앞서 도움 될 만 노하우를 이형수 대표에게 물어봤다.

▷반도체주 지금 사도 될까요?

"저는 지금 매수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작년 반도체주가 주춤한 이유는 공급과잉 이슈 때문인데, 지금 공급 쪽에서 물량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대형 반도체 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웨이퍼 투입을 축소하는 등 감산에 나서고 있죠. 감산은 폭락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반도체주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죠. 과거 반도체주 주가 추이를 봤을 때 감산 등의 영향으로 재고가 줄면 주가는 무조건 우상향했습니다.

이 외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서버용 CPU 출시 등의 호재도 있습니다. 코로나19 봉쇄로 멈췄던 중국 경제가 올해 재가동됨에 따라 스마트폰에 대한 메모리 반도체 대기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인들의 스마트폰 교체시기도 맞물려 있죠.

또 인텔이 그동안 출시를 미뤘던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CPU가 생산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DDR5 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죠."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무감산'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전망하나요?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감산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비 투자와 관련해서 신규증설 지연과 생산라인 재배치로 생산량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라인 세팅을 일부러 늦춰 가동 시점을 지연시키는 것이죠. 통상 설비투자 감소로 생산량과 재고가 줄어들면, 반도체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회복 사이클입니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감소는 감산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옵니다. 반도체 업종에 악영향은 없을까요?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경기 침체이지, 과거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경제 위기가 아닙니다. 저는 하반기 중으로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봅니다. 반도체 주가가 통상 6개월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작년 반도체주 부진은 올해 악재를 대부분 반영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상반기 중 바닥을 확인한 뒤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주가도 이미 바닥권이라고 봅니다."

▷반도체주 투자, 참고하면 좋은 투자 지표는?

"일단 반도체의 고정거래가격을 대략적이라도 파악해야 합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업체와 IT 기업 간 계약 거래액을 의미하죠.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95%가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만 내부 관계자가 아니고선 고정거래가격은 알긴 힘들죠. 이때는 소규모 업체가 반도체를 거래하는 스팟가격을 통해 고정거래가격을 추측하면 됩니다.

스팟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을 1~2개월 선행하는데, 스팟 가격이 오르면 이후 고정거래가격도 상승하죠. 반대로 스팟가격이 내리면 고정거래가격도 시차를 두고 하락하게 됩니다. 스팟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은 상승장에서 보면 좋은 지표입니다.

반도체 하락장에선 재고를 봐야 합니다. 만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면, 주식을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고 파악과 관련해서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반도체 관련 증권사 리포트를 참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증권사 리포트엔 반도체 재고와 관련해서 코멘트나 표가 있기 때문이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요즘 반도체 시장에서 어떤 업종을 보고 있나요?

"후공정(패키징) 분야를 보고 있습니다. 전 향후 중국에 대한 미국발(發) 제재로 후공정(패키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후공정 분야에서의 미국의 제재는 없기 때문이죠. 패키징이란 전(前)공정을 끝낸 웨이퍼를 반도체 모양으로 자르거나 배선을 연결하는 후공정 작업을 일컫습니다.

이에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 제재가 없는 후공정 쪽으로 반도체 산업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후공정 장비들을 중국에 비싸게 팔 기회가 생기는 것이죠. 저는 반도체 패키징용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와 '이오테크닉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고르면?

"저는 삼성전자를 추천합니다. SK하이닉스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기 때문이죠. 반면 SK하이닉스는 과거 인텔 낸드 사업부인 솔리다임 인수 등으로 부채가 상당합니다. 결국 고금리 상황에선 현금성 자산이 많은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야 할 이자가 많다는 의미죠. 현금성 자산이 많다면 예금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죠. 이와 함께 삼성전자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비코전자대덕전자, 디엔에프 등이 있습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