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에서 대기업들의 불꽃 튀는 선점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KC의 100% 자회사 SK넥실리스가 독주하는 동박 시장에 롯데케미칼, 고려아연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배터리 소재라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이 잘 알려져 있는데 동박도 주요 소재 인가요?

<기자>

먼저 화면을 보시면요. 얇고 평평한 구리가 나오는데요. 바로 동박입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들어가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전체 배터리 재료비의 5~10%를 차지합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소재인 글로벌 동박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2025년까지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중 배터리용만 떼어내어 보면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5년에는 약 1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C는 2019년 글로벌 1위 동박 회사인 KCFT를 인수해 SK넥실리스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범시켰습니다. 즉, SK넥실리스는 SKC의 100% 자회사입니다.

고려아연은 기존 금속 제련업의 확장으로 2년 전부터 자체 동박 자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롯데케미칼은 동박 글로벌 4위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지난해 확정했고 올 2월 절차를 완료합니다.

<앵커>

SKC 독주 시장에 롯데케미칼과 고려아연이 도전장을 낸 셈인데 3개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우리나라에서 동박을 가장 많이 쓰는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선에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용하는 동박 물량 50% 이상을 SK넥실리스에서 공급했는데 이 계약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풀렸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공급사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또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슈로 중국 기업들보다는 새로운 한국 기업들과 손을 잡게 될 가능성도 높고요.

여기에 LG가 SK와의 소송문제로 아직 불편한 가운데 동박 기업들의 큰 손인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롯데케미칼과 고려아연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롯데케미칼과 고려아연은 SK넥실리스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군요.

<기자>

우선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일진머티리얼즈는 생산규모도 SK넥실리스만큼 큽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30년까지 8년간 삼성SDI 장기 공급물량을 지난해 따냈는데, 여기에 현재 비중이 10% 정도인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 자금이슈 문제가 있지만 다음 달 인수대금납부 잘 준비하고 있고, 동박 등 배터리 소재사업 투자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려아연도 올해 처음으로 고객사 입찰에 뛰어듭니다.

고려아연의 경우 금속업체라 SK와 롯데와 달리 동박의 원료인 구리와 전기동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사에 품질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며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3개 대기업 모두 전통 제조회사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할텐데 동박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SKC는 비디오 필름,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업을 해 온 회사죠.

세 회사 모두 전통적인 제조회사로서 성장 한계가 있다 보니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를 점찍은 겁니다.

동박은 얇고 균일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어서 기술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이에 따라 SKC와 롯데케미칼은 기존 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진입하는 방식을 취했고, 고려아연은 구리 등 제련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 진입이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배터리사들은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더욱 얇고 넓은 동박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동박은 계속 주목받는 배터리 소재가 될 전망입니다.

동박은 평균 영업이익률이 10~20%로 제조업 평균에 비해 높아 수익성도 좋습니다.

이에 따라 세 회사들 모두 동박을 제일 먼저 잡아 배터리 소재산업에 진입했고, 앞으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C는 차세대 음극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를, 롯데케미칼은 분리막과 전해액에 들어가는 원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제련업을 활용한 폐배터리 양극재 금속 회수 사업에도 뛰어들었고요.

세 회사 모두 동박을 시작으로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입니다.


강미선기자 msk524@wowtv.co.kr
LG엔솔 '동박' 풀렸다…SKC에 롯데-고려아연 '도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