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뒤끝 작렬 '차이나 리스크'
2006년 말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국 피혁회사 두 곳의 기업주가 몰래 도주했다. 진출 초기와 달리 위안화 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한 데다 기업을 청산하려 해도 절차가 터무니없이 까다롭고 불리해서였다.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하고, 정부기관 여러 곳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으로 몰려간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상당수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보따리를 싼 이유다. ‘5면5감’(5년간 세금 면제 후 5년간 세금 감면)의 감언이설로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던 지방 관리들이 갈수록 까다로운 규제를 들이밀기 일쑤였다.

사실상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노동법도 견디기 힘든 요소다. 중국의 근로계약법은 고용계약 형태를 크게 1~3년 단위의 고정기한제, 무기한제, 일정 업무 완성기한제 등 세 가지로 나눈다. 근로자가 같은 기업에서 만 10년을 연속 근무한 경우, 2회 연속 고정기한 근로계약을 마치고 새로 계약하는 경우엔 무기한제가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갑을관계가 바뀐다는 것. 대충 일해도 자르기 힘들고, 퇴직금도 다른 직원보다 훨씬 많이 줘야 한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는 광범위하다. 높은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 때문에 중국의 경기 침체나 급격한 정책 변화로 겪는 위험뿐만이 아니다. 요소수 사태로 경험했듯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은 한국으로선 언제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험한 외교·안보 리스크도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중국의 정치·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도 공산당이 모든 걸 쥐락펴락한다. 언제라도 안면몰수하고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게 사회주의 중국이다.

글로벌 기업의 탈(脫)중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사업을 접으려고 해도 지방정부의 뜻밖 규제에 가로막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저런 규제를 들이대 떠나는 기업을 ‘탈탈’ 터는 경우가 많고 기업 간 협상이 끝났는데도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인수 적격 기업 리스트까지 제시한다니 허가받은 깡패나 다름없다. 이러니 떠나려는 기업이 더 늘 수밖에.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