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TPO 안 맞는 공직자의 눈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천자칼럼] TPO 안 맞는 공직자의 눈물](https://img.hankyung.com/photo/202301/AA.32295144.1.jpg)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모두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청문회 도중 앞서간 아들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돼 고별 연설을 할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닉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인의 눈물은 머스키처럼 부적절한 경우가 더 많다. 김영삼 정부 시절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과 언쟁 도중 울음을 터뜨리더니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의원의 지적을 받고 또 눈물을 글썽인 ‘울보 장관’ 황산성 전 환경처 장관, ‘석면 탤크’ 파동 때 국회의원들이 질타하자 “저도 괴롭다. 나무라지만 말고 좀 도와달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군 윤여표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눈물은 누가 봐도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 눈물이다.
얼마 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시무식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더 어이없는 것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김 처장이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시를 소개하며 그 시에 곡을 붙인 찬송가까지 부르다가 꺽꺽 소리를 내며 울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사기관의 수장이 시무식에서부터 눈물을 보인 것은 물론이요, 참석자들에게 종교적 부담을 안긴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공수(空手)처’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존폐 기로에 서 있는 이 기관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