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주가 내리자…가계 여윳돈, 1년 새 7조원 줄었다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주식 시장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가계 여윳돈이 1년 새 7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2분기(24조5000억원) 이후 최저치로, 1년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가 늘어난 데다 주가 부진에 따라 주식 투자를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민간소비 지출은 10.9% 늘었다. 코스피는 평균 3196에서 2394로, 약 25% 하락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보면 주식은 5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7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 저축성예금은 19조7000억원에서 37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수시입출금식의 결제성예금은 16조9000억원 줄어들었다. 금리가 낮은 결제성예금에서 금리가 높은 저축성예금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내 예금비중은 43.6%로, 1년 전(40.7%)보다 2.9%포인트 확대됐다. 국내외 주식 비중은 3.1%포인트 줄어든 17.9%였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조달 규모는 11조원으로, 1년 전(50조2000억원)보다 39조2000억원 급감했다. 문혜정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예금 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조달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조달 규모는 61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5조3000억원 확대됐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수치다. 그만큼 기업의 자금 수요가 컸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이 1년 사이 10조원 늘어난 5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 조달이 확대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일반정부의 순운용 규모는 1년 새 11조4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늘었다. 문 팀장은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정부 소비의 증가 폭이 줄면서 순운용 규모는 커졌다”고 분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