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운 띄우자 '사표·지역주의' 소선거구제 폐해 개혁 촉구 목소리 맞장구
여야 지도부 신중론 속 올해 4월까지 시간표 '빠듯'…김종인 "거의 불가능할 것"
중대선거구제 갑론을박…영호남·도농·선수 등 이해관계 '난마'
정치권에서 '중대(中大)선거구제'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3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공개된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화두인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를 지금보다 넓히고 2~3인의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1개 지역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현행 소(小)선거구제는 단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홀로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라는 점에서 사표(死票)의 대량 발생과 선거구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 유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국내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영·호남 지역주의가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선 해결이 어렵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일단 현행 소선거구제의 이런 단점을 극복할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경남에서 3선을 지낸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은 SNS에 "지역감정은 소선거구제를 통해 지역정당 구도로 고착화됐다"며 "당의 유불리를 떠나서 정치 선진화를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라면 우리 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적었다.

부산 3선의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골목 정치와 지역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중대선거구"라고 진단했다.

서울 재선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강고한 양당제 대립 구조로는 생산적 정치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며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방향이 대찬성이다.

원래 내 지론"이라며 "3대 개혁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천적으로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 갑론을박…영호남·도농·선수 등 이해관계 '난마'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영·호남을 '텃밭'으로 두고 수도권 선전을 노리는 여야의 입장 차이는 물론 각 당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선수(選數) 등 의원 개개인의 처지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좀처럼 총의를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선전하겠지만 호남에서 우리 당이 잘 나올지는 미지수"라면서 "다만 수도권에서는 우리 당의 자리가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호남 지역 유불리로만 따지면 사실 우리는 현 체제가 가장 낫다"면서 "지역 갈등 완화 수단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결국 중대선거구제 자체도 기득권에 유리하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기존 현역 의원, 특히 다선일수록 더욱 유리하고 정치 신인이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와 인구가 적은 농촌의 지역구가 지나치게 커지는 문제 등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초·재선 의원들은 자기 선거구가 없어지니까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를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사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여기에 선거 1년 전인 오는 4월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빠듯한 시간표도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마뜩잖은 눈초리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오는 3월 8일 전당대회와 4월 원내대표 선출 등 당내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동력을 얻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과거에도 여러 번 주장된 적이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가까운 사례로는 2018년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자체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안을 제시했으나 유야무야된 바 있다.

중대선거구제 갑론을박…영호남·도농·선수 등 이해관계 '난마'
여야 지도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선거구제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도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다.

지고지순한 제도는 없는 것 같다"며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 제도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체적 권력의 개편을 포함한 개헌과 선거구제가 떨어져 있지 않다"면서 "여야의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민의 기본권 신장, 권력구조의 합리적 개편 이런 게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중대선거구제 이야기와 이를 받아치는 논의들도 시작부터 대통령의 이익, 집권여당이나 다수당 이익만을 중심에 놓고 출발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