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편의점 진열 냉장고에서 캔하이볼을 꺼내고 있다. 사진 CU
소비자가 편의점 진열 냉장고에서 캔하이볼을 꺼내고 있다. 사진 CU
위스키 돌풍이 이어지면서 '하이볼'의 인기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만드는 음료다. 최근에는 캔으로 된 RTD(Ready To Drink·즉석음료) 하이볼을 편의점이나 마트 진열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캔하이볼에는 위스키가 들어가지 않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캔하이볼의 성분표에는 '위스키 원액'이 빠져있다. 대신 주정과 위스키의 향을 내기 위한 오크칩(oak chip)이 들어있다. 국내보다 앞서 RTD 하이볼을 출시한 일본에서는 실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위스키 원액 대신 오크칩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볼에는 3년 정도 숙성된 저가 위스키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가가 높기 때문에 위스키 원액을 넣으면 한 캔에 3000~4000원에 책정된 가격대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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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위스키 원액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이 비싸다. 한 캔에 만원이 채 되지 않는 제품에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기 현실적으로 힘든 구조"라며 "일본의 경우 저가부터 고가까지 위스키 원액을 자체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캔하이볼에도 원가를 맞춰 위스키 원액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캔하이볼이 국내 주류시장에 안착한다면 '진짜' 위스키를 넣은 RTD 제품도 국내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출시 초기 단계인 만큼 대중성에 무게추를 두고 제품을 기획했지만, 캔하이볼이 인기를 얻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경우 추후 위스키 원액을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도 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RTD 하이볼을 출시한 CU 측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이번에는 위스키 대신 오크칩을 사용했지만, 제품 반응이 좋은 만큼 하이볼 관련 제품 라인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캔하이볼 제품들은 소위 말해 '대박'을 쳤다. 지난달 나온 CU의 '어프어프 하이볼'은 출시 일주일 여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모두 팔렸다. CU 관계자는 "가장 잘 팔리는 '레몬토닉맛'의 경우 한 달 만에 50만개 가까이 판매됐다"며 "현재 시장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서 다른 맛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까지 동원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보다 앞선 7월 출시된 홈플러스의 캔하이볼 4종 중 '레몬토닉 하이볼'과 '얼그레이 하이볼'은 론칭 당일 홈플러스 RTD 카테고리 매출 1·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