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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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공적 목표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국고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의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것이다. 또 여아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부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5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 관리는 미흡했다.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혈세를 쓰는 것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며 현재의 국고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라고 전 부처에 지시했다.

최근 노동조합에 이어 국고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 회계에 대해서도 강력한 투명성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정치 권력은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시민단체는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카르텔이 만들어졌다"며 '불법 이익' 환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시민단체의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 방지 방안을 담은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 추진도 공약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개월간 관계 기관과 협력해 각종 시민단체, 협회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총 지원금이 2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국조보고금은 계속 증가, 마지막해 보조금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 때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목적외 사용, 회계 부정, 방만한 사용 등이 의심되는 일부 사례가 발견됐다.

대통령실은 오는 28일 오전 별도 브리핑을 하고 관련 조사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밝힌 노조 회계 공시제도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막는 확실한 길은 회계 투명성 강화"라며 "소수 귀족노조가 다수 조합원들과 노동 약자를 착취·약탈하는 구조가 방치되면 성장과 발전을 발목 잡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새 정부의 첫 예산이 대폭 수정돼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보완책을 강구하고 분골쇄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4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에 대해 "법인세 인하, 반도체 지원, 주식양도세 완화 등 경제 성장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법안이 미진해 대단히 아쉽다"며 "특정 계층이 아닌, 중산층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인데 이런 것이 왜곡되면서 예산이 너무 축소돼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또 "과거 정부에서 만들어진 직제가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미진하다면, 새해에는 연초부터 각 부처가 신속한 직제 개편을 통해 당면한 현안과 국정과제 수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국무위원들이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 쪽방촌 주민, 아동·장애인·노인 가구, 사회복지시설 거주자들이 폭설과 한파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