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가 9000억원에 달하는 제주 한라신협은 지난 15일 제주도 중심가인 신제주로터리 인근에 연동센트럴지점을 열었다. 제주시청 근처의 본점에 이어 다섯 번째 점포다. 동대구신협(자산 규모 1490억원)은 지난달 대구시 중심가인 동성로에서 멀지 않은 경북대병원 근처에 삼덕지점을 열었다. 반경 1㎞ 이내에 농협·새마을금고·신협 영업점만 9곳이 자리했다.

충남 서산신협도 이미 6곳 이상의 금융사 영업점이 몰린 서산시청 부근에 본점 외에 지점 한 곳을 신설했다. 신협 관계자는 “지방 거점도시 번화가 위주로 시중은행의 철수로 발생한 공백을 선점하려는 상호금융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위축에도 지방 영업점 늘려

"고령층 집중 공략"…상호금융, 지점 늘린다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가계대출 위축에도 지방 영업점을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고금리 예금으로 늘어난 ‘수신액’을 운용하려다 보니 우량 차주가 다수 분포한 지방 번화가 위주로 대출 영업에 나서기 위해서다. 은행이 철수하면서 생긴 대면 영업 공백과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상호금융권이 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각 상호금융중앙회에 따르면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의 영업점은 지난달 말 기준 9784개로 2019년 말(9623개)보다 161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지방은행 영업점이 4719개에서 3975개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상호금융권의 개별조합(법인) 수도 3302개에서 3283개로 소폭 줄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이나 예금 확대 등을 통해 지역조합 가운데 일부 조합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대출 위해 중심가 진출 활발

인구 유입이 꾸준한 경기 지역 등을 위주로 점포가 늘고 있다. 경기 지역의 새마을금고 조합은 4년 동안 110개를 유지했지만, 이들 조합의 지점은 379개에서 400개로 증가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2기 신도시 지역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개별 새마을금고가 선전하고 있다”며 “대면 영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점 수를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신협의 대출 영업구역이 시·군·구 단위에서 시·도 단위로 확대되면서 ‘자리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신협 관계자는 “예금은 지방에서도 항상 들어오지만 대출을 받아갈 우량 차주가 지방에는 많지 않은 게 고질적인 문제”라며 “안정적인 예금 수익을 예금주에게 돌려주려면 안정적인 차주를 확보할 필요가 있어 거점 번화가로 진출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중심가에 지점을 낸 제주 한라신협이 대표적이다. 한라신협이 보유한 예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794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9.09% 증가했다. 예금 유입이 곧 대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영업수익이 같은 기간 116억원에서 152억원으로 31.0% 늘었다. 서산신협의 영업수익도 22억원에서 28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모바일 앱 이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지점을 늘린 것은 상호금융권의 주요 고객층이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예금은 모바일 앱을 통해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졌지만, 상호금융권 대출은 대부분이 담보대출이어서 영업점 방문이 필수다.

상호금융권이 대면 영업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영업시간에서도 나타난다. 한라신협 연동센트럴지점은 내년 1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까지 ‘야간뱅크’를 운영할 예정이다.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모두 영업시간이 개별 조합마다 다르다. 은행처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영업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시반까지 운영하지만 재량으로 영업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