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1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원전 수명도 늘리기로 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수명 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을 확정했다. 지난 8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차세대 원전 개발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활용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에 힘쓴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약속한 ‘단계적인 원전 폐기’와는 상반된 방침이다. 또 안전성을 강화한 개량형 원전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일본은 가능한 한 많은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에 남아 있는 원전 33기 중 10기만 가동되고 있다. 원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60년 한도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한다.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춘 원전의 경우 이를 운전 기간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서 유턴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기요금 급등과 함께 수도인 도쿄를 중심으로 정전 공포가 반복되면서 그동안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던 목소리가 누그러들었다”고 전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실질 탄소배출량 제로화)을 달성하기 위해 비교적 깨끗한 원전 에너지가 필수적이라고 일본 정부는 판단했다.

이번 원전 정책은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안에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의 개정안은 국회로 제출된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와 지역 주민의 반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