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방역당국에 '격리 7일→3일' 전달…조규홍 장관은 신중 답변
최근 사망자, 격리해제 기준의 4~8배…일본 등도 7일격리 유지중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와 관련해 '확진자 격리 의무 축소'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여당이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7일 격리를 3일로 축소하자고 방역 당국에 제안하면서다.

격리 의무일 축소는 지난 6월 관련 논의 때 확진자 급증이 우려된다는 예측 결과에 따라 한번 무산된 적 있다.

겨울 유행세가 상승 국면인 가운데 정부가 준비 중인 방역 조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치권發 '격리 축소' 논의…지난 6월엔 '유행확산될 것' 결론
◇ 與 "의료진 3일인데" vs 조규홍 "4급 감염병 될때나"…'온도차'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22일 당정협의 후 정부에 "감염 시 격리 기간을 1주일에서 3일 정도로 손을 봐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전문가 간담회 후에는 "일반인은 확진시 7일을 자가 격리하지만 의료진은 3일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고도 했다.

방역 당국이 '실내 마스크 조정' 의제에 대해 방역 완화를 논의하던 중에 다른 방역 이슈를 꺼내든 것이다.

여당이 격리 의무 축소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보건·방역 당국의 목소리와 온도차가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시점으로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이 되는 때를 제시했다.

코로나19는 현재 홍역, 결핵, 콜레라와 같은 2급 감염병인데, 조 장관이 언급한 4급 감염병에는 독감이 있다.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게 될 때에나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독감의 치명률은 0.03% 수준인데, 최근 코로나19 주간 치명률은 0.08% 안팎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자문기구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에 대해 의견을 모았으나, '7일 격리'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정치권發 '격리 축소' 논의…지난 6월엔 '유행확산될 것' 결론
◇ 7월엔 '주간 사망자 50~100명' 기준 제시…최근 1주일 사망자 379명
정부는 지난 6월 '확진자 7일 격리 의무'의 해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격리 의무를 없애거나 줄일 경우 신규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시뮬레이션에서 격리 기간을 3일로 줄이면 신규 확진자 수가 6월말 1만1천명에서 8월말 7만7천명으로 늘며 격리 유지시(1만7천명)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예측치가 나왔다.

7일 격리를 해제하면 8월말 14만1천명으로 급증해 7일 격리를 유지할 때의 8.3배가 될 것으로도 분석됐다.

정부는 그러면서 주간 사망자 50~100명, 치명률 0.05~0.1% 등 2가지를 '핵심지표'로, ▲ 해제 후 2~3개월간 유행곡선이 반등하지 않을 것(격리 준수율 50% 수준) ▲ 초과 사망자수가 과거 3년간 최대사망자 수 대비 5% 이내 ▲ 유행 확산과 사망자 증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을 것 ▲ 주간 위험도 평가에서 4주 이상 '낮음'을 '보조지표'로 제시했다.

이들 지표 중 주간 사망자의 경우 이날까지 최근 1주일간 사망자 수가 379명이어서 기준보다 4~8배 가량 높다.

변이 바이러스 중에서는 BN.1이 유행 확산에 영향을 미치면서 검출률을 높이고 있고, 주간 위험도 평가는 12월 2주까지 8주째 '중간'을 유지하고 있어서 기준인 '4주 이상 낮음'과 거리가 멀다.

다만 치명률의 경우 0.1% 이하인데, 6월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기준을 충족한다.

정치권發 '격리 축소' 논의…지난 6월엔 '유행확산될 것' 결론
◇ 일본·뉴질랜드 '7일'·독일·이탈리아 '5일'…미국 프랑스는 권고만
해외의 경우 국가마다 격리 의무 부여 여부와 격리 의무 일수는 다양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해제한 나라가 많은 것과 달리, 7일 격리 의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7일'을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일 격리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아일랜드, 벨기에, 튀르키예, 라트비아, 체코, 헝가리,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일본, 싱가포르 등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은 격리 중 음성 판정을 받으면 기간이 단축된다.

격리기간이 5일 이내인 나라는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이스라엘이다.

격리를 권고하는 나라로는 프랑스(7일), 미국, 캐나다, 영국, 핀란드, 아이슬란드, 호주(이상 5일)가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슬로베니아, 폴란드, 스페인, 태국, 포르투갈, 덴마크는 격리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확진자를 격리하지 않지만, 10일간 거주지 밖에서는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고 요양원과 초등학교 등 방문을 금지한다.

국내에서 7일 격리 의무를 3일로 줄이자고 주장하는 논리는 의료인들의 경우 3일만 격리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유행 상황에서 의료 붕괴를 막자는 취지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의료계 내에서는 오히려 의료인도 7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노동계에서는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격리 의무가 줄어들 경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걸려서 아픈데도 일터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말부터 모든 가구에 지급하던 코로나19 생활지원금을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로 줄인 바 있어서 확진자에 대한 소득 보전책도 부족한 상황이다.

격리 의무가 사라지거나 줄어들 경우 진단 검사를 받지 않는 사례가 늘어 숨은 감염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치권發 '격리 축소' 논의…지난 6월엔 '유행확산될 것' 결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