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제약 극복하면 후견 종료 가능…당연퇴직은 과도"
성년 후견 받는 공무원 당연퇴직…헌재 "위헌"
정신 장애가 있어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된 공무원을 당연퇴직시키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2일 헌재에 따르면 검찰 공무원이던 A씨는 근무 중에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휴직했다.

부인 B씨는 남편 대신 금융거래 등을 하기 위해 성년후견인이 됐다.

성년후견이란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어진 성인이 가정법원의 결정을 받아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나 일상생활의 보호·지원을 받는 제도다.

보호 대상을 피성년후견인이라고 부른다.

국가공무원법상(69조1항) 성년 후견을 받는 공무원은 당연퇴직 처리된다.

이 조항에 따라 검찰은 A씨에게 당연퇴직을 통지했다.

A씨가 휴직 후 성년 후견 결정을 받기까지 지급받은 급여 15개월분도 환수했다.

이에 B씨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사안을 심리한 헌재는 이날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성년 후견 결정만 받지 않을 뿐 동일한 정도의 정신 장애가 발생한 공무원이 직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가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성년후견이 개시됐어도 정신적 제약을 회복하면 후견이 종료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처럼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를 임용 결격 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려면 그 정도의 충분한 공익이 인정되어야 하나,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능력이라도 그에 적합한 공무가 있다면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도 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 피성년후견인을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한 것은 공무원의 원활한 직무 수행을 확보하고, 공무원 개개인이나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는 그동안 능력주의는 직업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가치이지만 사회국가원리 등 다른 헌법적 요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며 "그런 선례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