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남매 일생 그린 록 뮤지컬…포크부터 메탈, 컨트리까지 다채로운 음악
강렬한 록으로 토해낸 브론테의 저항 정신…뮤지컬 '웨이스티드'
19세기 영국의 어느 마을, 가난한 목사의 딸들인 브론테 자매의 눈앞에 놓인 건 잡다한 집안일과 결혼의 의무뿐이다.

그러나 '가난한데 잘 배운' 애매한 위치의 이 자매들은 빨래를 개는 대신 마이크를 꺼내 들고 창작에 대한 욕망을 강한 샤우팅으로 뱉어내는 '록 스타'로 변신한다.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와 앤, 브런웰 브론테 남매의 삶을 그린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영국의 극작가 칼 밀러와 작곡가 크리스토퍼 애쉬가 2018년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브론테 자매의 저항 정신을 다채로운 록 음악으로 구현한 록 뮤지컬이다.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연출가 박소영은 21일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여러 좌절을 겪으면서도 치열하게 삶을 산 샬럿 브론테와 그 자매들의 삶의 태도를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강렬한 록으로 토해낸 브론테의 저항 정신…뮤지컬 '웨이스티드'
평생 가난에 시달리며 여자가 글을 쓰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대에서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든 브론테 자매의 삶은 여러 차례 영화, 연극, 뮤지컬의 소재가 됐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이들의 삶을 강렬한 록 음악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랑의 실패와 가난, 차별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난 주인공들의 삶을 포크, 펑크, 하드 메탈부터 컨트리, 블루스 록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음악으로 공연장에 소환해낸다.

박 연출은 "신선하고 세련된 음악이 이 작품만이 가진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브론테 자매가 삶에서 보여준 저항 정신을 표현하는 데 록이라는 장르가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렬한 록으로 토해낸 브론테의 저항 정신…뮤지컬 '웨이스티드'
19세기 여성이 입는 드레스 차림의 배우들이 주머니에서 마이크를 꺼내 록 스타처럼 헤드뱅잉을 하는 장면은 색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창작에 대한 욕망을 마주하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브론테 자매들은 내면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토해내듯 찢어질 것 같은 높은 고음을 뱉어낸다.

손에 쥔 마이크는 '칼처럼 정교한 펜'이 되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이야기를 도려낸다.

샬럿 역의 배우 백은혜는 "'헛된(wasted) 삶은 없어'라는 가사처럼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삶의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내년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강렬한 록으로 토해낸 브론테의 저항 정신…뮤지컬 '웨이스티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