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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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2조원을 지원한다. SK온이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조달할 자금이 예상치를 큰 폭 밑돌자 부랴부랴 모회사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최근 현금성 자산이 1조4000억원 수준인 SK이노베이션은 차입금이나 자회사 배당 등으로 SK온 지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지원은 배당시점과 맞물리는 만큼 주주배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온은 SK이노베이션과 사모펀드(PEF) 등을 대상으로 2조82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SK이노베이션 대상으로는 보통주 2조원어치, 사모펀드를 대상으로는 우선주 8243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사모펀드가 지난 21일 SK온에 8243억원을 출자했다. 내년 30일에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SK온은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최대 4조원 규모를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국내외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SK온 투자를 검토한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조달하는 금액도 4조원에서 824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차전지에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려는 SK온은 결국 SK이노베이션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3조7667억원의 시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자금지원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무리한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월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 자산은 총 1조3964억원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4525억원) 단기금융상품(7804억원) 유동성파생금융상품(1635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회사가 SK온 지원을 위해 2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차입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인 SK온은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공개(IPO)도 노리고 있다. LG화학에서 인적 분할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사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SK온에 상당한 자원을 쏟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반발할 여지가 높다는 관측이 많다. 현금사정이 팍팍한 만큼 이 회사의 연말배당도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한 현물배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온에 대한 2조원 출자는 계열사의 전체적 재무 상황을 고려할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주주들의 우려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능한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