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급등…"BOJ,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
"日, 초저금리 정책 출구전략 시동…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초저금리 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일본이 그동안 고수해온 통화완화 정책을 기습적으로 수정한 이후 시장 반응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BOJ는 그동안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를 넘지 않도록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오다가 전날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선을 기존의 2배인 0.5%로 올렸다.

BOJ는 이번 조치가 통화완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실제 이번 조치의 성격이 어떤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로 인해 향후 몇 달간 전 세계 시장의 균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다치 마사미치는 "BOJ가 뭐라고 부르든 이는 (초저금리 정책의) 출구를 향한 조치"라면서 "(내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퇴임 이후) 신임 지도부 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평가했다.

노무라증권 수석 전략가인 마쓰자와 나카는 장기채 금리 허용 폭 확대가 BOJ의 정책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면 통화완화 정책은 사실상 끝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전날 정책 발표 직전에 137.45엔을 찍었다가 이날 오전 2시 6분께 130.65엔까지 하락, 24시간도 안 돼 환율이 5% 가까이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이날 오후 12시 20분 기준 132.11엔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화가치 강세에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DXY)도 전날 한때 103.777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시간 104.09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금융기업 소시에테제네랄의 수석 환율 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시장이 BOJ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자세에 대응해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12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0.25%였던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도 전날 상한선 확대에 장중 2015년 이후 최고치인 0.46%까지 치솟았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전날 2.46%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0.22% 하락 중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자산시장 변동은 초저금리 정책의 정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면서, 차기 BOJ 총재가 실수할 경우 여파가 세계 시장에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일본의 정책 전환으로 엔화 선호가 높아질 경우 달러 자산 매각을 촉발할 수 있고,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주식 등 해외자산을 대대적으로 팔아치우는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지속해온 일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글로벌 금융자산에 투자해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본 금리 상승으로 급속히 청산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는 3조달러(약 3천855조원)를 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에 투자돼 있다.

일본의 해외자산 처분 시 네덜란드·호주·프랑스 등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일본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60%를 넘기는 등 일본 사회가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혼란과 일본 국채 보유에 따른 잠재적 손실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