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하던 홍콩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총영사 등 중국 외교관 6명이 수사를 받지 않고 영국을 떠났다. 중국은 "영국이 외교관 보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이들에게 외교관 면책 특권을 포기하고 경찰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면서 이날을 데드라인으로 통보하자 중국이 정시위안 맨체스터 총영사 등을 영국에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정 총영사 등은 10월 맨체스터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하던 홍콩 남성 밥 찬을 영사관 내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총영사는 현장 사진으로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했다. 클리버리 장관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중국 외교관을 초치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양국 간 긴장 관계를 더 고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 버티다가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돼 추방되는 상황을 피한 것이다. 클리버리 장관은 "우리가 법치를 지키고, 심각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심문이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외교관들이 더는 영국에 남지 않는 것은 옳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에 관해 주영 중국대사관은 웹사이트에 "맨체스터 주재 총영사는 임기를 마치고 얼마 전 지시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갔다"며 "정상적 순환 인사"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중국 영사관과 직원들의 안전과 존엄성을 보호해야 하는 국제법상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중국대사관은 또 "영국이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폭력 시위대의 편을 들어서 사실은 피해자인 영사관 직원들을 부당하게 고발했다"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으로, 우리는 이와 관련해서 영국에 엄숙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공세적 태도를 취하는 '전랑(늑대전사)외교'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 책임론이 일자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시작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전랑외교를 더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