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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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음을 짐작케하는 물가지표(CPI)가 나오면서 미국 증시는 상승했다.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루 앞두고 경계심리는 여전한 분위기다. 국내 증시도 상승 출발후 관망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증시 상승 출발 전망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 출발 후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하기는 했으나, 물가안정세가 엿보인다는 점은 14일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 지표 발표로 FOMC에서 최종 금리를 시장 기대처럼 5.1%로 발표할 경우 연말을 앞두고 상승폭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 의회가 틱톡 전면 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미중 갈등 우려가 재 부각되고, 여기에 중국의 경제공작회의가 코로나 폭증을 이유로 연기된 점 등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일 국내 증시는 0.7% 내외 상승 출발 후 중국 증시의 변화에 주목하며 FOMC를 기다리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CPI 컨센서스 하회에 따른 미국 증시 강세, 원달러 환율 급락 전망(역외 -18원) 등 호재성 재료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할 전망"이라며 "다만 내일 새벽 발표 예정인 12월 FOMC 관망심리가 장중에 짙어지면서 지수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업종 관점에서는 전일 IRA발 악재로 동반 급락세를 보였던 자동차 및 부품주들의 주가 되돌림 현상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금리 하락, 달러 약세에 힘입어 플랫폼, 2차전지 등 성장주들의 주가 흐름도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증시가 이제 소비자물가 호재에도 과거와 같은 큰 상승을 보이지 못한건 결국 물가 상승 둔화를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긴축 속도와 폭, 경기침체의 강도 여부가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美 인플레 고비 넘겼나

미국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3%)도 하회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던 CPI 상승률은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11월에는 7%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11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상승해 역시 시장 전망치(0.3%)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2%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전문가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1%, 전월 대비 0.3%)를 하회했다.

11월 CPI에 대해 미 언론들은 물가 상승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 연준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마감하고 0.5%포인트로 기준금리 인상폭을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며 "우린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상황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 美 증시, 물가 둔화·FOMC 경계속 상승

미국 증시는 다음날 예정된 FOMC 결과에 대한 경계 속에 11월 CPI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03.60포인트(0.30%) 오른 34108.64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9.09포인트(0.73%) 상승한 4019.65로, 나스닥지수는 113.08포인트(1.01%) 뛴 11256.81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11월 CPI 상승률과 다음날 결과가 나오는 중앙은행(Fed)의 FOMC 정례회의를 주시했다. CPI 발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장중 3.5% 아래로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1% 이상 하락한 103.55까지 떨어졌다.

대부분 종목이 상승했지만 테슬라 주가는 약세를 지속해 4% 이상 하락했다. 주가가 장중 6%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은 한때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 달러를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도 테슬라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바이낸스 "스테이블코인 USDC 인출 일시중단"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13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USDC의 인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USDC 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가치 등에 고정돼 설계된 가상화폐다. USDC는 미국 달러와 일대일로 고정돼 있다.

USDC는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데 사용되는데, 인출 증가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이런 USDC 인출 증가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과 미국 검찰의 바이낸스에 대한 수사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미 검찰이 2018년부터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CEO에 대해 돈세탁 및 불법 송금 혐의를 수사해 왔으며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EU, '탄소배출 과다' 수입품에 관세 매긴다…韓철강 영향 불가피

유럽연합(EU)이 이르면 2026년부터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등 수입 공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탄소 국경세'다. 대(對)EU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인 철강 등 한국 기업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U는 13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를 진행한 결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잠정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EU는 오는 16∼17일께 CBAM 도입에 따라 탄소세 부과 기준이 될 배출권거래제(ETS) 개편을 위한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을 확정할 전망이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해당 제품의 연계된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ETS와 연동,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처다. 전날 저녁부터 10시간 넘게 진행된 3자간 마라톤 협상에서 CBAM 적용 대상 품목은 철·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수소 등으로 결정됐다. 이 가운데 수소의 경우 집행위 초안에는 빠져 있다가 협의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규제 대상이 더 확대된 것이다. 집행위는 CBAM 향후 본격 시행에 앞서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