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2019년 SKT T1에서 함께 활동한 페이커(이상혁, 오른쪽)와 클리드(김태민, 왼쪽)
2019년 SKT T1에서 함께 활동한 페이커(이상혁, 오른쪽)와 클리드(김태민, 왼쪽)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찰떡궁합' 케미를 자랑했지만 이적으로 헤어졌던 선수들이 다시 한 팀으로 뛸 수 있을까? 팬들의 상상으로만 펼쳐졌던 재결합이 내년 1월 10일에 열리는 2023 시즌 개막 특별전을 통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이하 롤)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9일 2023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23년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 동안 LCK를 비롯한 전 세계 9개 리그에서 순차적으로 시즌 개막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즌 개막 특별전(Season Kick-off, 시즌 킥오프)은 롤 역사상 처음으로 랭크 시즌과 e스포츠 시즌이 동시에 시작하는 2023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대회다.

시즌 개막 특별전은 스프링 시즌 개막에 앞서 펼쳐쳤던 올스타전을 대신해 열린다.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 위치한 LCK 아레나에서 '팀 페이커'와 '팀 데프트'로 각각 5명씩 나뉘어 이벤트 전을 진행한다, 티켓 판매 관련 정보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1996년생으로 동갑인 페이커(이상혁)와 데프트(김혁규)는 2013년에 데뷔해 10년간 활동해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마포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LCK에서 페이커가 최다 기록인 778경기에 출전했고 데프트도 653경기를 치렀다. 올해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 두 선수가 모두 진출해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각 팀의 주장을 맡은 페이커와 데프트는 번갈아가면서 함께 할 동료를 선정한다. 다만 자신의 팀에 동일한 포지션의 선수를 2명 이상 선택할 수 없다. 즉 팀 페이커의 경우 미드 라이너를, 팀 데프트에는 원거리 딜러를 추가로 뽑을 수 없다. 팀 마다 포지션 별로 1명의 선수씩 총 5명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또한 10명의 선수는 모두 다른 팀 소속이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LCK 10개 팀에서 각각 1명의 선수가 출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페이커가 속한 T1과 데프트가 속한 담원 기아에서는 추가적으로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

이벤트 전 규정상 같은 팀 선수를 뽑을 수 없기 때문에 페이커와 데프트가 과거 같은 팀에서 활동한 선수들과의 재결합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커의 경우 2019년 SKT T1 시절 함께 미드-정글 듀오로 활약했던 클리드(김태민)와 다시 호흡을 맞출지가 관전 포인트다. 페이커와 클리드는 뛰어난 시너지를 자랑하며 2019년 LCK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아 두 선수가 함께 2019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클리드는 2022 시즌 중국리그 LPL에서 활동했고 2023 시즌을 앞두고 LCK 팀인 한화생명 e스포츠로 이적했다.
2022 롤드컵 우승을 함께한 데프트(김혁규, 왼쪽)와 베릴(조건희)
2022 롤드컵 우승을 함께한 데프트(김혁규, 왼쪽)와 베릴(조건희)
데프트가 롤드컵 우승 듀오인 베릴(조건희)과 다시 한번 팀을 이룰지도 주목받는다. '롤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베릴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롤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중 2020년과 2022년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2년 롤드컵 우승까지 데프트와 DRX에서 '미라클 런'을 함께한 만큼 두 선수가 다시 뭉친다면 최강의 포스를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T1 서포터 케리아(류민석)와도 인연이 깊은 데프트지만 이미 케리아와 같은 팀인 T1 소속 페이커가 있기 때문에 케리아는 이벤트 전 선수로 뽑을 수 없다.

페이커와 데프트는 오는 12월 16일 1 대 1 대결을 통해 선수 선택 우선권과 진영 선택권을 결정한다. 1 대 1 대결 결과와 팀 선택 과정은 LCK 공식 채널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시즌 개막 특별전은 3전 2선승제다. 일반적인 LCK 경기에서처럼 특정 챔피언을 선택 금지하는 밴픽 과정을 없애 선수들이 자신 있어 하는 챔피언들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커의 르블랑, 데프트의 애쉬 등 시그니처 챔피언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 경기에서 양 팀이 선택한 챔피언은 이후 경기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앞서 선택한 10개의 챔피언이 다음 경기에 밴을 당하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3세트까지 진행될 경우 총 20개의 챔피언이 금지되는 만큼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승리팀 선수들에게는 특전이 주어진다. 승리팀 선수 소속 5개 팀에게 롤 게임 내 감정 표현 제작 기회가 주어지고 판매 수익의 일부가 각 팀에게 분배된다. 팀 별 감정 표현은 2023년 1분기에 제작한 뒤 롤 게임 내 상점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