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부산연구원, 고리원전 인근 동남권의과학단지 사례연구
지역사회·사업자·정부 협약, 방사선의료 포함 원전 수출 제안
"기장군 발상의 전환…원전 보상금으로 지역 혁신단지 조성"
원전의 신설과 수명 연장 때 지역에 단순 보상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이 사회적 협의를 주도하고 정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와 공동 협약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부경대 손동운 교수(과학정책)와 부산연구원 주수현 연구위원은 한국지방정부학회가 발간한 '지방정부연구'(26권 3호)에 '원전 인근 지역의 지역 주도적 혁신 가능성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 원전 최대 밀접지역인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에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의과학단지)' 형성과정을 지역 혁신적 관점에서 연구·분석했다.

147만여㎡ 규모인 의과학단지에는 2010년 개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시작으로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가 운영 중이며,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암 진단·치료제를 생산하는 수출용신형연구로, 방사성동위원소 융합연구기반 등이 2026년까지 구축된다.

5개 시설 건설비만 1조4천54억원, 단지 조성비 4천287억원 등 총 1조8천341억원이 투입된다.

"기장군 발상의 전환…원전 보상금으로 지역 혁신단지 조성"
연구진은 의과학단지 조성 배경으로 기장군과 군의회, 부산과학기술협의회 등이 자체적으로 발전전략을 기획하고 자체 재정과 원전 증설·수명연장에 대한 주민 동의 이슈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전 지역인 장안읍 일대가 방사선 과학·의료·연구·교육·산업이 연계된 원자력 비발전 분야 의·과학 클러스터(집적단지)로 변신하게 된 것은 2000년 초 지역사회의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원전 추가 건설에 따른 주민 민원 해결용 보상금과 지원금 4천억원을 방사선 첨단 시설 유치와 의과학단지 조성에 재투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면 중앙정부와 외부전문가에 의한 정부주도형 원전 발전 전략은 국비에 의존하고 지역 자원 배분이 왜곡돼 사업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혁신을 위한 축적의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부와 정치권 주도로 일방적으로 원전 신·증설 등이 발표되고 보상도 단기적 방안이 주를 이뤄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투자 동반자'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해당 지자체와 사업자, 정부 부처가 공동투자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장군 발상의 전환…원전 보상금으로 지역 혁신단지 조성"
연구진은 원전 수출 시 방사선 의료를 패키지로 제공해 해당 국가의 원전 수용성을 높이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방사선 의료도 동시에 진출시키는 'K-원전 패키지' 전략도 함께 제안했다.

손 교수는 "원전 인근 지역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자 낙후지역으로 꼽히지만 기장군의 사례에서 보듯 지역이 주체가 되어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현재 지방 산단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의과학단지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특구 지정 등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