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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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 재고 증가 소식에 국제 유가가 또 다시 하락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24달러(3.02%) 하락한 배럴당 72.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만 9.21달러(11.34%)가 밀렸다.

이날 WTI의 종가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가이던 지난 3월 8일(123.7달러)보다 40%가 빠졌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2.18달러(2.8%) 하락한 배럴당 77.17달러로 장 마감했다.

내년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위험 선호 심리가 후퇴한 것이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2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는 등 미중 경제의 적신호에 이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최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 추정치(3.2%)보다 낮은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9년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93년 이후 최저치다. 또 7일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의하면 중국의 1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7%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10.6% 줄어 2020년 5월 이후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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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 등 월가의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내년도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는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의 가속화를 강하게 우려했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미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은 35%"라고 짚었다.

미국 원유 재고는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휘발유와 디젤 재고가 예상치보다 늘어난 것도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한 주 간의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518만6000배럴 감소한 4억1389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 예상치(140만 배럴 감소)를 상회했다.

하지만 휘발유 재고는 531만9000배럴 증가했고, 디젤과 난방유 재고는 615만9000배럴 늘었다. 전문가들은 당초 휘발유 재고가 150만배럴 늘고,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82만배럴 늘 것으로 예상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수석 부사장은 "현재 시장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